“인종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육현아(31) 교사는 매주 일요일이면 국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국어반 학생들은 차별과 착취의 상징이 돼 버린 한국이주 노동자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 제자들이 육 교사에게서 ‘한글’을 배운다.
 육 교사가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 데는 우연과 필연이 반반씩 작용을 했다.
 98년 교사 부임 후 꾸준히 전교조 활동을 해오며 ‘세상 바꾸기 운동’에 나섰던 그는 지난해 부평에서 열린 ‘반전집회’에 나갔다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배포한 유인물을 보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인권분야와 양성평등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데 한국이주 노동자 관련 단체를 알게 되면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대우받으려면 한국말과 글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육 교사는 올 2월부터 한국이주 노동자 인권센터가 운영 중인 ‘한글교실’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서구 가좌동 영창테크노타운 2층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우리 글과 말을 가르친다.
 “3년간 인천터미널 근처에서 운영되던 한국이주노동자센터가 올 11월 서구 영창테크노타운으로 이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외국 근로자에게 ‘한글’이 때론 ‘문자’를 뛰어 넘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기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다시 한글교실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정규 학교가 아니다 보니 교육과정은 다소 산만한 편이지만 일요일 휴식시간을 헛트게 낭비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한글교실을 찾는 외국노동자의 열정을 느끼기에 육 교사는 결코 게을러질 수 없다.
 “인권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현재와 같은 기계적인 고용허가제는 시행되지 않았겠지요.” 이주 노동자를 ‘인격체’로 봐 주지 않는 정부의 외국인 노동 정책에 육 교사는 적지 않은 분노를 갖고 있다.
 “앞으로 전교조 차원에서 이주 노동자 교육을 실시하는 연대 구조를 갖췄으면 합니다. 특히 초등선생님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주 노동자도 있지만 전혀 영어가 통하지 않는 노동자가 더 많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한글을 교육했던 교사들의 전문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서 교육을 받았던 한 네팔인은 고국으로 돌아가 학교를 세우고 빈민 교육을 할 정도로 한글교육의 영향력이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애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표시할 때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면서 과연 내가 이들을 똑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육 교사는 더 많은 선생님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migrant114.org)의 설립취지를 이해, 마음이 통하는 세상이 속히 오길 기원하고 있다. /글=김기준기자·사진=김성중 기자 g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