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포트세일즈-
지난 9일 저녁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 금해만호텔. 개항 10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긴 인천항으로서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열렸다.
‘인천항 홍보설명회’(Port Sales)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칭다오무역관(관장·김성수)의 후원으로 현지 시정부와 선사 관계자, 화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성황리에 치러졌다. 홍보단에는 인천시를 비롯해 인천본부세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국립식물검역소, 인천항운노조, 인천항도선사회, 선주협회, 인천항발전협의회, 업계 등 인천항 운영 및 이용자측 주요 인사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홍보단은 웨이하이에 이어 옌타이(烟台), 칭다오(靑島)시를 차례로 들르는 일정으로 ‘포트세일’을 마무리했다.
이번 ‘포트세일’은 현지에서의 활동상황이나 성과를 평가하기에 앞서 인천항 개항 이래 처음 이뤄진 것이라는 데에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사실 인천항은 그 동안 세계 주요 선사나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이 전무하다시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가 배가 들어오면 화물을 내리고, 다시 짐을 싣고 내보내는 그런 식이었다.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수입항이다. 곡물, 고철, 사료부원료, 원목 등 수입화물의 대부분이 인천항을 통해 들어와 전국 각지의 공장으로 나간다. ‘우리 항구로 입항하지 않으면 어디로 갈거야’하는 자만심이 오랫 동안 인천항을 짓눌러왔다.
또 인천항에는 수많은 업체와 기관, 단체들이 연관돼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해왔다. 자신들의 이익, 책임, 권위가 무엇보다 최우선이었다. 그 외의 일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러한 황량한 풍토는 주인의식이 자리할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앉아서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는 바로 이 ‘자만심’과 ‘주인의식 부재’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전부터 상황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국유국영의 항만운영체제가 ‘부두운영회사제’(TOC) 도입과 함께 국유민영형태로 바뀌었으며 내년 7월에는 ‘인천항만자치공사제’(IPA)가 출범, 항만운영에도 독립채산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중요한, 그런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또 항만물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가는 물론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항만시설을 새로 만들거나 확장, 전국 곳곳에 최신 설비와 서비스를 갖춘 국제규모 항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나의 화물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국내 항만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앉아서 기다리는 옛날식의 자세로는 이제 더이상 버텨나갈 수가 없다.
이와 함께 저마다 동북아 물류라는 권역의 맹주를 목표로 용틀임을 하기 시작한 중국 동부연안일대 항만들의 기세도 위협적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외국 선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이들 항만은 무서운 속도로 뻗어나가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롄(大連), 톈진(天津), 옌타이(烟台),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 등 중국의 주요 항만들이 인천항과 지근거리여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인천항 포트세일즈’는 첫 출발이었음에도 불구, 튼실한 준비속에 펼쳐졌으며 중국 현지에서의 반응도 좋았다는 후문이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 동안 전혀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천항이 포트세일즈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끊임없는 개척정신, 철저한 사후관리와 함께 향후 포트세일즈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하나’라는 인천항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이번 포트세일즈의 성과 중 제일은 인천항 활성화를 위해 많은 기관과 업체, 단체가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시정부와 항만당국자들에게 깊게 심어준 이같은 단결된 의지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홍준호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장) /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