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학자, 연구기관이나 관공서가 내놓는 사적(史蹟) 관련 자료집은 딱딱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자료집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실록,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각종 문헌을 뒤져 여기에 등장하는 관련 기록을 한문 원문 그대로 옮겨다 놓는가 하면 언제 어떤 유래로 사적이 만들어졌다가 언제 없어졌다느니 하는 따위의 역사적 사실만 장황하게 나열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한문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적은 일반인은 여간해서 이런 자료집에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경기도박물관(관장ㆍ장경호)이 도내 불교사적을 시ㆍ군별로 빠짐없이 조사해 최근에 내놓은 「경기도 불적자료집」은 『자료집은 일반인이 볼 수 없다』는 통념을 뛰어넘어 일반인과 학자가 긴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료집이라는데 적지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도박물관이 낸 이번 자료집은 도내에서 조사된 불교유적 526개소의 사적을 소개하면서 삼국유사를 비롯한 문헌에 등장하는 기록은 물론 금석문 자료와 사찰 소유 문헌기록도 한문 원문과 함께 한글번역을 달아 다루었다.

 대표적인 사찰인 화성 용주사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관련 문헌기록과 함께 이 사찰에 남아있는 범종에 새겨진 명문(銘文)과 조선 정조때 사찰을 새로 세우면서 남긴 「용주사상량문」의 한문원문과 한글번역을 다 실었다.chjung@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