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고향을 찾아온 입장에서, 마치 모든 행사가 나를 위해 준비한 것 같아 가슴 벅찹니다.”
 9일부터 인천 종합문예회관에서 열린 ‘제3회 인천-하와이 국제 미술교류전’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승구(55)씨. 그는 이번 인천행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한다.
 1949년 인천 중구 사동에서 태어나 이듬해 전란을 당해 피난을 나서야했던 그는 이번 인천방문이 사실상 54년 만에 이루어진 첫 고향방문인 셈이다. 이런 윤씨가 진정으로 벅찬 감동을 받은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또 하나 있다. 전쟁을 피해 평택에서 살던 그가 평택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미술교사로 자신의 재능을 알고 미술과목에 ‘수’를 주었던 스승 황병식씨를 인천에서 상봉한 것이다.
 그는 “당시 선생님께서는 나의 재능을 알고 미술에 대한 애정을 불어넣어주셨다”고 회상한 뒤 “고단한 이민생활속에서도 뒤늦게나마 다시 붓을 든 것은 선생님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윤씨가 스승을 만난 것은 지난 해, 하와이에서 열렸던 인천-하와이 교류전이 계기가 됐다.
 1980년 미국으로 이민가, 8년전부터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윤씨는 지난 해 하와이에서 개최된 교류전의 도록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랜기간 추억속에만 남아있던 스승 황병식씨의 이름을 찾았기 때문이다. 행사참가를 위해 하와이를 찾은 스승을 그날 밤 호텔에서 상봉한 윤씨는 붓을 다시 들었다. 곧바로 하와이 한인미협에 가입, 이제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9일 인천에서 스승을 만난 윤씨는 어느덧 과거 학생시절로 돌아갔다. 인천방문길에 소중한 소장품들을 함께 가져왔다. 스승으로 받은 성적표와 출생 당시 우량아로 선정됐던 표창장도 자랑스럽게 펼쳐보였다. 수많은 날 홀로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황씨는 “성적표를 보고 당시 미술에 재능을 보였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며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는 늙은 제자에게 애정을 담은 눈길을 보냈다.
 20여년 미국 이민생활동안 6명의 동생과 부모를 봉양했던 윤씨. 그의 인천행에는 2년전 결혼한 부인 윤영미(40)씨가 함께 했다.
 이제는 하와이에서 수상 스포츠 사업가로 자리잡은 윤씨는 “아직 새신랑”이라며 부끄러운 웃음을 감추지못했다. /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