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궈온 제2연륙교 주경간폭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인천앞바다에 어김없이 찾아와 선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곤 하는 짙은 해무(海霧)가 이제야 서서히 걷히면서 기항지로 향하는 항로가 시야에 열리는 느낌이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업시행 주체인 인천시가 제2연륙교 교각폭 700m가 적절치 않다고 변경을 요구해온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윤성(한나라·인천 남동갑), 이호웅(우리·인천 남동을)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이어 7일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도 한광원(우리·인천 중동옹진) 의원의 물음에 “인천시 등 시행주체가 연구용역을 통해 연륙교 주경간폭과 관련,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면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공동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정부부처는 ‘인천 제2연륙교 관련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나 개별 시민단체들의 잇단 ‘700m불가(不可) 맹공’에도 명확한 답변을 피하거나 에둘러 입장을 밝혀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주무부처 장관들이, 그 것도 국정감사장이라는 공간에서 700m 주경간폭 변경을 시사한 것은 ‘획기적인 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1일 장승우 해수부 장관이 인천을 방문, 범대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협의회가 12일 이른 아침 총리공관에서 열려 제2연륙교 관련 현안을 조정한다. 이 자리에는 경제부총리와 건교·해수·기획예산처 장관, 지역 국회의원 10명, 국무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천시 정무부시장 등이 참석한다. 이어 13일에는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들이 인천항을 방문, 제2연륙교 건설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무엇인가 변화를 가져올만한 움직임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는 예감이다.
지난 5월 일본해양과학(JMS)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제기된 제2연륙교 주경간폭 700m문제는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켜왔다.
인천 항만업계를 중심으로 한 범대위의 ‘700m불가 주장’은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인 개발이란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나 인천시의 입장에서는 사실 ‘귀찮은 여론’일 수도 있다. 예정된 일정의 어긋남은 성공적 개발의 관건이랄 수 있는 외자유치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인천만이 아닌, 나라 전체의 중요한 국책사업에 인천이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다른 것의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면 애기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그 ‘희생물’이 인천의 상징이자 국내 최대의 수입항이면서 인천경제의 30%를 차지하는 항만임에는 더더욱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당초 정부안대로 제2연륙교가 건설되면 기존 인천항이 떠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가는 그 동안의 3차례 용역(KODA, 해양수산부, 범대위)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자칫 항만으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주무부처 장관들의 발언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던져졌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는 시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미 막대한 돈을 들여 3차례나 용역이 이뤄졌는데 다시 용역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꼭 700m여야 하고 반드시 1천m간격으로 교각이 세워져야 하는가?
그 것이 아니라면 굳이 또 다른 수치나 금액을 따질 일이 없지 않은가?
실로 오랜만에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을 한 군데로 모이게 하고 건교부 국정감사장을 인천의 무대로 만든 제2연륙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 갈등을 넘어 지역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킬지 이제는 정말 고민해야 할 때다./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