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고유가 시대를 보며 남들은 ‘위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기회’라고 말한다.
 기름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에겐 돌과 흙이 만들어 낸 땅만 있으면 된다. 땅 속에서 열기와 냉기를 뽑아내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지열 히트펌프’ 컨설팅 업체인 (주)환경과 대체에너지 대표 김진상 박사(45·경기도 용인시). 그가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을 처음 접한 것은 2년 전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회의차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을 때였다.
 우리 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아파트 냉·난방을 위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전기나 기름, LPG이 아닌 땅의 열을 이용하고 있었다.
 30평짜리 아파트 1천여 세대가 ‘지열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알고보니 중국은 4년 전부터 미국 텍사스주와 합작 프로그램으로 ‘지열히트펌프’을 연구해 온 결과물이었다.
 중국 베이징 한 아파트의 ‘지열 히트펌프’는 한마디로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중국에 가기전까지 그의 일은 ‘열 발생을 어떻게 하면 막을 것인가’였다. 김 박사는 금호타이어와 대우그룹 고등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자동차 타이어나 변속기, 터빈 발전기에 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찰계수를 줄이는 연구를 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지열히트펌프’는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그 때는 정말 ‘이거다’ 싶더라구요, 그 동안 나는 열 발생을 막을 줄만 알았지 발생하는 열을 모아 이용할 줄은 사실 몰랐거든요.”
 김 박사는 그 뒤로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지열’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땅 밑으로 3∼5m만 파내려 가면 연평균 15도의 열이 일정하게 나온다는 사실도 그 때 알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화감암이 많아 열 전달속도가 빠르다는 지질도 터득했다.
 다행히 열을 전공한터라 김 박사는 지열을 냉·난방에너지로 바꾸는 ‘히트펌프’의 원리을 누구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에어컨의 실외기 역할을 하는 ‘지열 히트펌프’의 원리는 간단하다. 여름에는 땅의 온도가 대기보다 시원한 점과 반대로 겨울은 땅의 온도가 대기보다 따듯한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열히트펌프는 에어컨이나 태양열, 태양광 등 기존 대체에너지 설비보다 초기투자비용이 30%정도 비싸지만, 일단 설치하면 냉방은 40%, 난방은 70%의 운전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김 박사는 한번 설치하면 50∼60년 간은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열은 설치후 4∼5년이면 설치비를 뽑을 수 있어 어떤 대체에너지보다 가장 싸게 먹힌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열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국은 35만대(전체 냉·난방 설비의 1%)의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일본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열섬화 현상을 일으키는 에어컨 실외기를 없애기 위해 2년 전부터 지열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지열 이용율은 숫자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낮은 실정이다.
 김 박사의 본격적인 지열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너지관리공단과 인천전문대와 협약을 맺고 진행중인 지열 실증연구사업도 벌이고 있다. 인천시 구월동에 새로 마련한 사무실을 둥지로 지열 홍보에 나설 작정이다./박정환기자 h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