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되면 현대무용의 최전선을 만날수 있는 무대가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무용 축제로 자리매김한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modafa)가 올해로 어느덧 23회를 맞았다. 그동안 점진적 확대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대무용의 앞선 경향과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 세계예술교류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지난 4월14일부터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가에서 펼쳐진 무대에서는 10개국 17개 팀이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의 향기’라는 주제답게 상식을 뒤집는 실험적인 춤을 선보여 마니아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각국의 전통을 동시대적 감성으로 되살리는 춤의 잔치 ‘창무국제예술제’도 국내 유수의 정례 춤축제로 꼽힌다. 사단법인 창무예술원이 ‘정통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세계화’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를 내걸고 1993년부터 시작한 춤마당에는 매년 국내외 탁월한 안무가들이 독특한 개성을 풀어놓으며 6월의 호암아트홀을 달궈왔다.
 외연의 확장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세계서울무용축제’는 전통과 현대, 예술춤과 대중춤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두 축제와 또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엘리트적 경향과 볼거리 위주의 대중성을 함께 수용, 다층적인 컬렉션 선정의 원칙을 7년째 고수하는 중이다.
 2004년 무용제에는 13개국 31개 단체가 예술의 전당과 호암아트홀, 국립극장에서 이달 2일부터 장장 23일간의 향연을 펼쳐가고 있다.
 애써 국내 간판급 춤 축제를 열거한 이유는 다른 예술장르보다 유독 ‘무용’부문에서의 중앙집중현상이 유별나다는 점에서다. 지방에서 열리는 춤축제는 한결같이 검증되지 않은 볼거리 위주의 민속춤 나열 수준에 머무는 반면, 안무가의 최대치 역량이 실린 무대는 ‘서울 절대고수’라는 원칙아닌 원칙이 통용되고 있는 국내 무용계 현실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후 국제도시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인천임에도 예술, 특히 무용에서만은 도통 교류의 기류가 일어날 기미조차 안보이는 ‘동토의 땅’ 그 자체다. 국내외 유명 안무가의 춤을 접하는 것은 고사하고, 지역 춤꾼들의 제대로 된 창작품과의 조우도 기억을 더듬어야 겨우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춤무대를 고대하는 문화소비자들의 갈증을 식혀줄 한 공연이 준비중이라는 단비같은 소식이 있다.
 인천전문대 김현숙교수가 ‘시민들에게 고품격문화를 선사하겠다’며 기획한 ‘인천국제무용소품전’이 그것. ‘인천’ ‘춤(댄스)’ ‘비엔날레’를 합쳐 ‘인다비(INDABI)’라고 명명한 공연은 ‘소품전’이라는 소박한 이름과는 달리 내용면에서 최고를 지향한다. 즉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제 무용축제가 한결같이 외형적인 확대와 시각적 효과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는 경향에 정면으로 반기, 춤의 본질을 보여주는데 승부를 걸었다.
 ‘최고 기량을 갖춘 안무가들의 최고 작품’이라고 김 교수가 호언하는 소품전에는 모두 5개팀이 참가한다. 고전 발레와 아크로바틱한 테그닉이 어우러진 작품(미국)에서부터, 일본 민속적 정서가 녹아있는 춤(일본), 아프리카 춤과 첨단 기법이 조화를 이룬 무대(프랑스), 아시아 유일의 컨템포러리 재즈무용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준규의 춤, 그리고 김현숙현대무용단 작품까지. 이번 공연의 차림표다. 오는 27·28일 이틀동안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을 채운다.
 그동안 인천에서 올려진 무용공연마다 ‘텅빈 객석’이 되풀이 되고 있는 원인은 관객들의 ‘냉소’ 이전에 기대를 채워줄만한 작품의 부재에 있다. 인천 무용계 축을 이루고 있는 인천예총 무용협회와 인천안무가협회가 한햇동안 기획한 무대마저도 회원 단체들의 ‘순번 출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신선한 무대는 없다. 관객의 외면은 보여준 만큼 돌아온 결과다.
 이번 ‘인다비’에 애정을 보내는 이유가 이렇다. 우선은 예술성의 극치를 추구하는 국내 첫 국제 소품전이라는 신선한 기획력이다. 둘째는 관객에게 설레임을 주는 무용공연이 이도시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바로 민간단체가 주도해 큰 일을 해냈다는, 그 점에서다. /김경수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