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향(58·인천시 중구 신생동)씨가 동전을 줍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무심코 길을 가던 중 새까맣게 빛바랜 10원 짜리 동전 하나가 보도블럭 틈새에 낀 채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을 지켜봤다. 누구 하나 10원 짜리 동전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김씨는 동전을 주우면서 이렇게 맘먹었다.
 ‘하찮은 것을 귀하게 여길 때의 희열을 몸으로 느껴보자.’
 김씨는 그 뒤로 ‘고개 숙이는 남자’가 됐다. 길을 걸을 때나 차를 탈 때 예사롭게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무엇이든 찬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김씨는 이렇게 줍거나 얻은 동전을 거실 장식장 위에 올려놓은 도자기(높이 50㎝, 둘레 70㎝)에 넣기 시작했다.
 3년여가 지나고 보름 전의 일이었다.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장식장에 올려 놓은 도자기를 옮기려는 순간, 김씨는 스스로 놀랠 수밖에 없었다. 도자기가 김씨 혼자 힘으로 들 수없을 정도로 묵직해져 있었다.
 아들과 딸들 등 다섯 식구가 2시간여를 매달려 도자기 속의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도자기 속에는 10원짜리 동전 1만3천242개가 있었다. 50원, 100원, 500원 짜리 동전을 포함해 모두 25만4천520원이 담겨 있었다. 김씨의 48평 아파트 관리비 한달 치다. 어려운 경제에 이 만한 돈이면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며 또한 동전을 재활용하는 것도 자원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게 이런 겁니다.” 김씨는 3년 동안 모은 동전을 입금한 예금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박정환기자 h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