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사용’ 그를 만났다.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KTX(고속철도)와 무궁화 열차를 번갈아 갈아타고 멀리 경남 창원에 사는 감사용씨(47)를 찾았다.
?병역비리 파문으로 프로야구계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20여 년 전 그것도 무명에 가깝던 그를 굳이 만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실제 인물이라는 것 외에.
?‘감독님예 기자선생 왔어에’
?추석 대목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창원에 한 마트 매장 점원들은 ‘감사용씨를 찾아 왔다’고 하자 모두 일손을 놓고 그들이 감독이라 부르는 감씨를 찾아 나섰다.
?때마침 인근 아파트 단지에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영락없는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였다.
?“뭣허러 먼길을 왔는교. 전화로 물어도 될 것을”
?미안한 듯 매장에서 음료수 캔을 집어든 감씨는 마트 구석에 창고로 쓰고 있는 좁은 사무실로 기자를 우선 안내했다.
?“걱정입니더. 영화가 개봉한 것도 아닌 데 벌써부터 주위 사람들이 ‘슈퍼스타’라고 해싸코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습니꺼”
?한때 야구인으로서 ‘패배자’라고까지 낙인찍혔던 자신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가 사실 부담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거짓 없이 잘 묘사한 것 같다며 내심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눈치다.
?“영화가 대박나야 지에게도 좀 보너스가 있지 안겠는교. 그보다도 하나뿐인 아들놈이 영화를 보면 뭐라 할지 참 궁금합니더”
?병역비리에 연루된 후배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는 지난해 야구를 그만둔 아들 인호(20)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못난 애비가 못다 이룬 꿈을 아들놈이 이뤄주길 바랜게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야구를 시켰는 데, 지난해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었다 않카나. 사실 내 욕심 댐에 마지못해 야구를 한거지만도”
?마산고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투수로 활약했던 그의 아들은 지난해 어깨 근육이 손상돼 야구를 그만두고 기능사자격증을 준비중이다. 감씨는 현역 시절 초라한 자신의 성적을 들먹이며 야구를 하기 싫다던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고향은 경남 마산이지만 인천 연고의 SK와이번스의 ‘왕팬’이라는 감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SK 유니폼을 입기를 간절히 바랬다. 감씨에게 인천은 ‘고향’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이전인 지난 76년 마산고를 졸업하고 인천전문대에서 1년 간 대학 야구선수로 활약한 그는 인천체고에서도 한때 야구코치로 활약했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삼미철강에 입사, 직장인 야구 동호회 투수로 활약한 그는 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삼미슈퍼스타즈의 창단 멤버로 야구 유니폼을 입었다.
?영화 도입부 공장 벽에 그려진 삼미 슈퍼스타즈 로고를 보고 그만 왈칵 눈물을 쏟았다는 감씨는 다시 야구선수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하루에도 수백 번 당시 추억을 더듬는다. 1승15패1세이브 프로생활 5년간 그가 거둔 성적이다. 초라하지만 결코 성적에 부끄럽지 않다는 그는 “세상에 패전처리전문투수가 어딘는교.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해설가들이 지어낸 말이지. 9회말이 끝나지 않은 이상 언제든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야구 아닌교. 엄연히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하고 말했다.
?비록 현역시절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단 한 번도 패한 경기에 아쉬움을 가져 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경기장 밖에서 늘 자신은 물론 팀 동료들을 따뜻하게 격려해준 인천 팬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야구 도시 인천에 대한 향수는 자신이 태어난 마산보다 더 진하다고 덧붙였다.
?삼미구단이 해체됐을 때 그는 다시 다니던 철강회사에 복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야구를 고집했다. 체력이 다해 은퇴할때까지 못다 이룬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은퇴 결심을 굳히고 OB에 입단, 당시 감독이던 김성근(전 LG감독)식 야구를 배운 뒤 그는 고향에서 내려와 한동안 야구 지도자로 못다한 꿈을 펼쳤다.
?“프로의 세계만큼 냉정한 곳은 없을 겁니더. 하지만 그곳에는 항상 꿈을 간직한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땀흘렸던 순간만큼은 행복한 적은 없을 깁니더.”
?감씨는 지금도 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프로무대에 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낙오했다고 해서 ‘패배자’라 낙인 찍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적어도 한번쯤 최고가 되려는 꿈을 쫓았던 이들은 누구나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 창원=글·사진 지건태기자 gun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