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국에는 다 잊어버리겠지만 우리에겐 잊어야 하는 것이 있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인천 제물포항에서는 1033명의 한인들이 이역만리 떨어진 중남미 유카탄 반도를 향해 상선에 몸을 싣고 떠났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증기선을 타고 남자와 여자, 약간명의 아이를 포함 104명이 하와이로 떠났다. 그 후 60년 후인 1963년 12월 광부 123명을 태운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이륙, 독일 탄광으로 떠났다. 이어 1년 후에는 간호사가 뒤를 이어 독일 행 비행기를 탔다.
이들이 태평양을 건넌지 한 세기가 지났고, 독일 땅을 밟은 지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1백 여년 전, 제물포항 개항 이래 이렇게 인천은 김포공항과 함께 우리 한인들을 바다건너 사탕수수 농장으로, 선인장 가시밭으로, 유럽의 탄광 막장으로, 열사의 나라 중동 사막으로 실어 날랐다. 사탕수수밭과 파인애플농장, 유카탄반도의 선인장 농장에서 우리 한인들의 삶은 비슷했다. 선인장 가시에 찔리기도 하며 거의 노예 같은 생활의 나날을 보내야 했었다. 우리의 이민사는 이렇게 한 많은 사연으로 시작됐다.
세월이 흘러 한때 한인들을 이주시키던 어제의 인천항이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산업현장에 일자리를 찾으러 들어오는 입항지가 되었다. 배가 드나드는 항구도 입장이 바뀐 것이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경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될 수위에 이르렀다. 과거 70년대 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백인이던 흑인이던 간에 미군기지 주변인 의정부, 동두천, 송탄, 평택 등지이거나 유명 관광명소에나 가야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사람이 외국인이다. 특히 공장이 밀집돼있는 인천 남동공단이나 주안·부평공단, 안산공단 등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안돌아가 생산이 중단될 정도다. 3D업종을 우리가 기피하는 한 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에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위치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든지 이들은 한결같이 ‘부자나라의 꿈’을 안고 어제도 오늘도 인천항을 통해 밀려들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각종 사회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얼마 전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시행됐다. 고용허가제 시행을 전후해 불법체류자의 색출과정에서 또는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사례가 빈발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천시민단체회원들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단속을 중단하라며 집회를 갖는 등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인권문제가 대두 되고 있다. 특히 ‘살색’은 인종차별이라며 크레파스 색깔이 한국인권위원회에 접수되고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소위 ‘살색인종’으로서의 동양인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색인종이라 하여 불이익 받는 사례가 혹간 있기도 하다. 사람이 인종의 다름을 놓고 사람을 다르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민 1세대 당시인 백 년 전에야 ‘인권’하면 한두 개의 권리장전에 선언적 의미로 명문화되던 것이 고작이었다. 이제 대명천지 오늘날, 그것도 문명국에서 새삼 인권을 논한다는 것이 단지 부끄럽기만 하다. 이들의 수난이 과거 우리가 이민 초창기 파인애플 농장이나 선인장 가시밭에서 당했던 설움의 앙 가품으로 나타나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도 당연히 보장되고 보호받아야한다.
 이제 더 이상 외국인 노동자들은 낮선 이방인이 아니다. 우리 이웃이고 형제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 생산시설이 마비될 정도다. 얼마 안 된 과거, 지난 1960~70년대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코리안 드림’을 이루게 할 차례다. 공단의 중소업체 사장들은 말한다. “그들로 인해 공장이 돌아가고 수출을 하고 해서 우리가 지금 먹고 살고 있고 1만 달러니 얼마니 하고 오늘을 구가하고 있다”고. “어제의 우리 처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제 우리도 한시바삐 구태에서 벗어나야한다. ’크레용’마저 인권위원회에 오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원현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