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은 정원사 등신대에 결가부좌한 금불상으로, 옛날 자신의 몸을 태우는 소신공양으로 마침내 성불한 만적이란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물을 입힌 특유한 내력의 불상이다.

 몸을 태워 기도 발원하는 것을 일러 소신공양이라 한다.

 신라의 왕자 김교각 스님은 지장보살의 원을 세운 등신불로서 지금도 중국에서 추앙을 받고 계신다. 석가 세존이 왕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인류를 구제하신 것과 다르지 않다 하겠다.

 몇년전 태고종의 충담 큰스님께서도 세계평화와 남북의 통일을 기원하여 십수년전부터 소신공양을 발원하시고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불타는 장작더미 속에서도 결가부좌를 풀지 않으셨다고 하니 일반인은 가히 염두에도 두지 못하리라.

 부처님이 이 땅에 계실 때의 일이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공(老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불제자인 아난존자가 권유하여 부처님의 처소에 오기를 청하였으나 번번이 거절하였다. 어느날 술에 만취한 노공은 집으로 돌아가다가 나무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많은 상처를 입고 자리에 눕게 되었다. 노공은 후회하면서 몸이 쾌차하면 부처님을 찾아 뵙기로 마음 먹었다. 드디어 몸은 나았고, 부처님을 찾아 뵈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노공은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았으나 한가지 큰 걱정이 생겼다. 다름 아니라 검은 것을 흰바탕 위에 올려 놓으면 그 빛이 선명해지는 것과 같이 그간에 지은 모든 잘못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차리신 부처님께서는 노공에게 물으셨다.

 『오백수레에 가득담긴 풀섶을 태워버리고자 한다면 몇수레의 불이 필요한가?』

 『그다지 많은 불이 필요치 않습니다. 팥알만한 불씨로도 잠깐 사이에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공이 입고 있는 옷은 얼마나 되었는가?』 『부끄럽습니다만 입은지 1년은 됩니다.』 『그옷을 세탁하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물 한동이만 있으면 잠깐사이에 빨 수 있습니다.』 『공이 쌓아온 죄도 오백수레의 섶과 같고, 또 1년동안 빨지 않은 옷과 같느니라.』

 이 말씀을 들은 노공은 곧 깨달아 오계(五戒)를 받아 지니고 뜻이 환하게 열리었다.

 부처님 제자가 되는 증표로 왼쪽 팔뚝에 연비를 하는데 이 또한 소신공양이다. 불꽃이 팔에서 따끔하는 순간 오랜 세월의 죄업이 한순간에 소멸되어 진다고 한다. 팥알 같은 불씨가 오백수레의 풀섶을 태우듯이 말이다.

 어제 무대에 올려진 인천시립극단의 정기공연 등신불(노벨상 후보에 오른 김동리선생 작품)에서 이복형을 미워하다 못해 저주하여 죽이려는 어머님의 죄업에 대한 참회의식으로 만적스님은 온몸에 천을 감고 기름을 스미게 한후 불로 달구어진 향로를 머리위에 얹는다.

 그로부터 타들어가는 몸을 어찌 감내했을까? 육신의 욕망을 벗고 미움을 놓아버린 그 자리는 평온의 자리, 불교 최고의 경지인 니르바나 열반에 도달한 마음이었으리라.

 다시한번 오늘 탄생하신 등신불께 두손모아 합장의 예를 올린다.

 우리 모두 부처 이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