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개월이 흘렀다.
지난 5월 (주)일본해양과학(JMS)의 ‘제2연륙교 선박항행의 안정성 평가’ 연구용역결과가 발표되면서 제2연륙교 주경간폭 700m의 선박통항 안전성 문제를 놓고 불거진 논란이 훌쩍 세 달을 지나 4개월째를 맞고 있다.
다리 교각폭을 700m로 하고 건설되면 1만t급 이상 선박은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하고 시속 10노트 이하 속력으로 다리 밑을 통과해야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예선을 항상 대기시켜야 한다는게 용역의 요지다.
특히 22차례 실시된 모의운항시험결과 위험상황 12회, 충돌이 무려 2회나 빚어졌다는 결과는 항만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그 동안 서로간 의견을 나누고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자리가 여러 번 있었지만 양측의 주장은 한 발짝도 물러남없이 평행선을 달려오고 있다.
“지금 설계대로 건설되면 다리 북쪽, 무려 40조원의 시설과 30%의 지역경제 분담능력을 갖추고 있는 기존 인천항은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700m불가’는 극히 일부의 주장인 만큼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중요성과 국제적 신인도를 감안, 당초 일정대로 빨리 건설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시간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이번의 경우도 논란이 길어지면서 본질은 흐려지고,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감정의 골이 패이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주경간폭 700m에 문제가 있다’는 요지(또는 비슷한)의 보도가 나가기만 하면 적지 않은 양의 댓글이 득달같이 올라온다.
그러나 내용을 보노라면 기가 찰 지경이다. 대부분이 ‘의견’이 아니라 아예 ‘협박과 욕’ 수준이고 글을 쓴 기자는 물론이고 700m 반대 주장을 펴고 있는 사람들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글들도 상당수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마련되는 회의나 간담회 등 제2연륙교 관련 각종 행사를 위해 서로들간 자료를 찾고, 만들고, 오가느라 낭비되는 시간과 정력은 또 얼마인가?
이러한 가운데 시민 각계로 구성된 ‘인천 제2연륙교 관련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중심으로 최근 매듭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어 다행스런 느낌이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범대위는 항만업계 뿐 아니라 경제 관련 업·단체, 시민단체,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이 모두 참여, 명실상부 ‘범시민’의 틀을 갖추고 있다.
단일 사안에 이처럼 많은 지역 단체가 모이기는 10년전 ‘굴업도 핵폐기장 사태’ 이후 처음이라는게 범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의 귀띔이다. 그 만큼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범대위의 활동덕에 처음 ‘그들(항만업계)만의 일’이었던 제2연륙교 문제가 지역 전체, 나아가 국회의원들을 통해 중아 정치권에까지 주요 이슈로 부각됐으며 시의회도 엊그제 범대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의문을 채책하는 등 논란의 조기종식을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시의 결정만 남았다. 물론 최대의 역점사업인 송도신도시 개발추진주체의 입장에서 제2연륙교 사업자선정 직전에 터져나온 용역결과나, 그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수습은 시정 최고 책임자의 몫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목소리로 나오고 있는, 700m 교각폭의 안전성을 지역 차원에서 다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된다면 더욱 깊게 패일 감정의 골과 후유증에 대해 치러야 할 대가는 고스란히 인천과 인천시민의 어깨에 지워질 부담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신도시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인천항, 우리에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없는 소중한 것들이다./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