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그냥 맨눈으로 대하는 세계보다 훨씬 깊고 넓으며 그래서 정신의 운신이 자유스런 곳입니다. 어떤 것에도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내가 문학, 시에서 쉽게 떨어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시세계에 쉽게 말할 수 없는 신비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고 또 그 세계를 이 곳으로 견인하는 무엇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9일 월간 「현대문학」이 시상하는 제44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장석남 시인(34). 수상작은 「마당에 배를 매다」로 최근 작품집이 출간됐다. 현대문학상은 전년도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과 문학적 성과를 이룬 문인들에게 시상하는 제도. 그만큼 장 시인은 근래 시단에서 두드러진 시작업 활동과 성과를 보였다.

 27세때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국내 이름있는 문학상을 두개나 거머쥔 셈. 「새떼들에게로의 망명」과 함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등 3편의 시집을 갖고 있다.

 옹진 덕적도 출신으로 인천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일찍부터 절제된 언어의 서정시로 주목을 받았다. 평단으로부터 미묘한 자연현상이나 사물에서 삶의 비밀을 캐내는 작업을 일관되게 추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93년 열반한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성철」에서 주인공역을 맡아 화제가 된 시인이기도 하다. 메가폰을 잡은 박철수 감독이 젊은 날의 성철스님과 같은 구도자적 이미지가 있는 그를 성철역으로 캐스팅한 것인데 성철스님 딸인 불필스님과 성철 문도회의 반발로 제작이 중단된 상태. 97년 여름 촬영에 들어가 80%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촬영중단돼 1회분 가량의 촬영분만 남겨 놓고 있다.

 『앞으로 시작업외에 관심이 많은 사진공부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사진도 이미지를 중시해 제 시작업과 연관되는 면이 있어요. 물론 제가 추구해야 할 문학은 계속해야 겠구요.』

 그는 새얼문화재단이 발간 하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위원을 맡고 문예창작교실에서 시창작지도를 해 1주일에 한두번씩 인천을 찾는다. 올 여름쯤 그동안 삶에 대한 단상이나 시에 대한 수상을 모은 첫 산문집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구준회기자〉 j hk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