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무더위라는 말 그대로 폭염속의 한 여름이다. 그러나 올 여름은 가파르게 오른 기온에 반비례해 가혹한 경기한파를 느끼는 사람들이 유난이 많다. 무더위 속에 서민경제의 스산함이 그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폭서로 기대를 걸었던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 부터 불현듯 실종된 피서경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돈 안쓰는 피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불황은 전문직이나 안정된 직장인들 보다 결국 상인이나 음식점, 택시기사, 비정규직 등 서민 계층에 직격탄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올 여름 택시기사의 한심한 하루벌이를 심층취재한 지난주 인천일보 르포기사(7월30일자 19면)는 그대로 가감없는 그들의 현실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예전에도 어려울 땐 많았지만 요즘처럼 심하진 않았다”며 혀를 내두른다. 요즘은 병원비도 못내는 입원환자들로 병원마다 미수금이 늘고 있고 야반도주하는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주 인천일보에 보도(7월26일자 19면)된 인천지방법원 경매물건 추이는 서민경제의 추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부동산 경매건수는 2만622건으로 전년도 보다 2.3배나 늘었는 데, 대부분 아파트가 아니라 서민용 다세대주택나 연립주택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등지보다 ‘서민의 도시’인 인천지역이 한층 심각하다는 것이다.
불황이 길수록 빈곤층은 확대된다. 문제는 이것이 방치돼 사회갈등과 불신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도,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부유층에 대비해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측면이 많은 것으로 읽혀진다.
지난 7월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6월중 국제수지동향을 보면,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6월보다 1억6천만달러보다 늘어난 8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주로 해외여행객과 유학, 연수 명목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수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안정된 소득이 있는 계층은 해외여행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해온 결과다.
인천공항공사는 올 여름철 성수기 여객을 사상최대인 하루 평균 9만명을 웃돌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올 여름부터 골프채 반출신고를 간소화해 반출신고 건수가 지난해 휴가철(7∼8월)보다 21.3% 증가, 여름철 해외 골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가구주의 실직 증가와 경기침체로 소득 불평등과 빈곤율은 OECD국가중 최고수준에 이르고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올 1사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중 하위 20%의 월평균소득은 109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3.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상위 20%는 7.5% 늘어난 624만원이다. 두 집단의 격차는 5.7배인데 지난해 5.22, 2002년 5.18에 비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빈곤층이 늘고있는 한, 그리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이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행태를 줄이지 않는한 ‘국민통합’, ‘사회통합’은 요원할 뿐이다.
계획된 시장경제에서 탈락한 빈곤층은 국가가 우선 책임을 져야한다. 생계형 창업의 지원,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해 저소득계층의 소득증대를 꾀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바탕으로한 사회안전망을 촘촘이 죄어나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더불어 조세정의를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강화하고 복지정책을 확대를 통해,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도 살맛나는 세상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을 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