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초의 공설운동장은 현 제물포고등학교(인천시 중구 전동 26 일대) 자리다. ‘웃터골’이라 불린 이 운동장은 1920년 11월 2천300평의 땅을 고르게 닦고 넓혀 ‘그라운드’ 형태로 갖추었고, 6년 후 당시 1만 원을 들여 6천450평으로 재 확장됐다.
 야구, 축구, 육상경기는 물론 각 학교의 대운동회가 연중 벌어져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웃터골은 인천중학교가 들어서면서 시민운동장으로서 기능이 멈추었다. 그 대안으로 1934년 당시 시내 외곽인 도원동에 새로운 공설운동장이 건립됐다.
 전체 1만5천600여평의 면적에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구장이 조성되었고, 1936년에는 5천여 명의 관중이 관람할 수 있는 야구장과 400m 트랙 및 1만 명이 지켜볼 수 있는 육상경기장이 건립돼 비로소 종합운동장이 됐다.
 1964년 제45회 전국체전이 개최되면서 3만여 명을 수용하는 주경기장을 가진 전국 최대의 종합운동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후 59회(78년), 64회(83년), 80회(99년) 전국체전이 열리며 명실상부한 종합운동장으로서 위상을 쌓게 됐다.
  바로 이 곳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숭의종합경기장(인천시 남구 숭의동 424 일대)이다. 80년 넘게 육상을 비롯하여 축구, 야구 등 인천 ‘엘리트체육의 요람’ 역할을 해온 인천체육의 산 역사 현장이다.
 종합경기장에서는 지금까지도 우수한 축구선수는 물론 트랙과 필드의 훈련을 통해 수많은 향토 육상 우수선수들을 배출해 내고 있고, 야구장에서는 ‘야구도시’ 인천의 명성답게 훌륭한 야구스타들을 수없이 길러내고 있다. 또 한 때는 ‘아마’를 넘어 ‘프로’ 선수들이 맹활약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이곳이 개발된다고 한다. 인천시는 구 도심권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숭의종합경기장 일대를 ‘체육공원형 뉴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확정된 개발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재 여러 형태의 개발구상들이 내부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상태다.
 종합경기장과 야구장을 헐고 개방형 체육공원으로 꾸며지고, 주변에는 각종 생활체육시설들로 조성되면서 주변 상가부지를 매입, 아파트와 스포츠 전문상가 등 종합쇼핑몰로 짓는다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또한 종합경기장 내 트랙을 없애고, 관중석 바로 앞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프로축구 전용구장으로 만드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이들 개발계획이 신문지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체육계의 부정적 시각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선수들의 피와 땀이 배인 종합경기장과 인천야구사를 담고 있는 시립야구장이 한순간 시민 종합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데 대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대체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경기장이 헐리면 문학종합경기장 만으로 각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체육인들은 많은 선수들이 훈련 장소로 마음놓고 사용하고 있는 종합경기장과 야구장은 ‘인천체육 역사의 산 현장’이기 때문에 그대로 살리고, 도시 미관상 일부 주변만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 시설을 역사의 현장 속으로 사라지게 할 것이 아니라, 타 지역처럼 기존 시설은 살리고 부족한 체육시설을 늘려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적이다. 체육시설이 전혀 없는 계양·부평지역에 새로운 종합경기장을 마련한다면 인천지역 엘리트선수들이 고루 분포돼 훈련장소로 활용할 수 있어 경기력 향상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숭의종합경기장 개발 방안은 찬·반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형태의 개발계획이든, 아니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려져야 한다. 과연, 체육공원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야 옳은 것인지 등등….
 2002한·일 월드컵축구 이 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거대한 문학경기장의 활용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숭의종합경기장 개발이 과연 타당한지, 아닌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