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이 자연생태계 품안에 안주할 수 있는 수단과 목적을 위해 출현한 것으로 즉, 인간과 환경과의 필요조건을 만드는 것이 그 실체이지요. 따라서 건축은 아름다운 자연의 생태계 가운데 유기체가 돼야 합니다.』

 한국 현대건축사의 최전선에 서서 선구적 역할을 해온 인하대 원정수교수의 건축에 관한 사고의 중심이다. 건축교육과 현역작가라는 두축을 40여년동안 줄곧 지켜온, 학문연구와 실무를 겸한 이상적인 교수 건축가가 그다.

 원교수가 건축설계에서 초지일관 지켜온 원칙 하나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기보다 설계체험 과정에서 발견되는 어려운 문제가 다름아닌 건전한 건축미래상 실현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므로, 따라서 새로운 설계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좋은 자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건축인생에는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추구가 점철돼 있다.

 실제로 작품의 재료선택에 있어서도 몇번의 굵은 획이 그어진다. 서울대 학생회관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70년대에는 콘크리트를, 80년대는 돌이라는 재료로 시도된 한국은행 강릉지점과 본점, 이어 90년대의 포스코센터와 코오롱 본사에서는 하이테크한 새로운 면이 그대로 배어있다.

 원교수가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세월은 35년. 강단에서 첫 출발부터 당시 건축에 대한 사회 전반의 몰이해를 깨야한다는 의지 하나로 학문적 건축이론대신 실용화에 초점을 맞춰 건축인재를 길러내는데 전념해왔다.

 『교수라기보다는 선배입장으로 함께 작품에 매달렸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고 실제로 그의 가르침을 받은 상당수 제자들이 중견 건축가로 활동, 국내건축분야에 포진하고 있다.

 원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다음달 3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여는 건축전시회는 바로 그의 제자들이 마련하는 행사다. 원교수가 그동안 일궈낸 작품을 한곳에 펼쳐보이는 동시에 스승의 영향으로 이룩한 본인들의 대표적 건축물도 함께 선보인다는 기획이 담겨있다. 그는 『제자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어 그것이 보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편으로는 여성건축가로는 국내 제1호인 부인 지순씨와 함께 69년도 건축설계 사무소를 개설한 이래 현역 건축가로 잠시도 쉴틈없이 뛰어온 그다.

 원교수가 지닌 아쉬움 하나는 우리의 건축현실이 주제를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것.

 『멋을 부각시킨 공간과 시각적 조형으로 감동을 유발하는 연기력이 건축가 사이에 경쟁적으로 번져나가고 있지요.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겉치장만 화려한 집을 세우는 것은 바로 주체인 인간을 따돌림한채 객체로서의 건물이 주인이 되는 격입니다.』 건축은 바로 생태계의 유기체라는 원교수의 이론이 그대로 담겨있는 일언이다.

〈김경수기자〉 kks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