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은 사람이 모여 사는 세속에 있다고 본다.
도심에서 살다 정년퇴직하고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은사님한테 모처럼 안부전화를 걸었더니, 모내기철에 비가 오질 않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기사 농사철에 가뭄은 농부들의 피를 말리는 고통일 것이다.
전화를 끊고, 그 곳 지역을 생각하며 언제 비가 내릴 것인가. 고(考)하고 괘를 내었더니 다행히 지풍승(地風升)이 뢰풍항(雷風恒)으로 변한 괘를 얻었다.
비(雨)내리는 점은 용신이 부(父)가 되는데 父가 동(動)하지 않고 축토재(丑土財)가 또 午火를 화출(化出)하여 회두생(回頭生:변해서 생해주는거)이 되었으니 큰 가뭄의 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午火 자손이 日月에 임하여 왕이 극(極)에 달해 용신이 중첩되면 묘고(墓庫)로 수장(收藏)시켜야 하므로 戌일에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판단할 수 있다. 흔히 비가 오려면 父가 월건(月建)에 임하거나 일의 생조를 받아야 음우(陰雨)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으나, 중첩된 것은 고(庫)에 들었을 때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서 午火 자손이 고에 드는 壬戌일에 반드시 비가 올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괘를 뽑아보고 근심이 많으실 은사님을 포함한 농부들의 마음이 걱정되어 전화를 걸어드렸다.
“제가 언제 비가 올 것인가 하고 괘를 뽑아 보았거든요. 그랬더니 나흘 후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 오후쯤에 비가 내릴 것 같은데요.”하자, 그런 것도 역으로 알아볼 수 있는거냐며 아주 신기해하였다.
“어쨌든 나흘만 기다려 보시고 마음 편하게 계세요.”
역이란 순리를 쫒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혜택을 주는 학문이지만 거슬리며 사는 사람에겐 엄청난 시련과 고통, 좌절을 맛보게 해준다. 역리(易理)는 생활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그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깨우침을 주는 지혜의 학문이므로 늘 마음을 바르게 갖고 살아야 정확한 해답을 내려준다.
“거 정말 신기하네. 자네가 말한 날이 바로 오늘인데, 지금 여기 비가 막 쏟아지고 있네.” 그렇잖아도 아침방송 일기예보에 그 곳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알고 있는데, 친절하게 은사님께서 전화까지 주셨다. ☎(032)867-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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