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수도권 종합전시장 건립을 두고 고양시와 인천광역시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입지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1단계 목표연도인 2002년 월드컵 개최전에 준공을 하자면 결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시점에서 명분 때문에 비경제적인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전시장은 국내외 대ㆍ소규모의 회의와 무역전시회(소프트웨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기반시설(하드웨어)이다. OECD회원국으로서 국가간 협력증진과 상호교류가 확대되어 가는 시점에서 세계의 사람, 상품, 정보의 종합적인 교류의 마당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장소는 국가를 대표하는 수도권이 되어야 하며, 수도권의 종합전시장 입지는 인천 송도가 가장 최적지이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모든 지역사람들에 대하여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지역이다. 인천시는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필두로 인천항의 동북아 거점항만이 자리잡고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해안 신산업벨트의 중심도시로서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잠재력이 왜곡되지 않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와 독식은 다르다. 무엇이든지 인천이 아니면 안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어느 곳에 수도권 종합전시장이 입지함으로써 수도권 전체가 공존하고, 그 성장의 과실의 크기와 분배효과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과 신공항고속도로, 철도가 개통이 되는 2000년대는 수도권 이북의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제2연륙교와 수인선으로 연결되는 제2공항철도가 완공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왔던 서해안지역개발과 조성중인 산업벨트의 조성에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몇가지 점에서만 보더라도 수도권 종합전시장의 입지는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 분명해 진다.

 주지하다시피 분당과 일산은 주택단지로 세워진 신도시로서 경제적 기반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개발되었다. 신도시거주자들의 고용기회는 대부분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신도시와 서울을 왕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수도권 종합전시장이 일산에 입지해야 하는 이유를 몇가지 들고 있다. 하나는 89년도 택지개발 당시 국제종합전시장부지를 지정한 바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두 번째는 베드타운화되어 가는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종합전시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유로 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규모 종합전시장이 과연 일산에 입지해야 하는 것이 지역의 규모를 보아 타당한가? 둘째 종합전시장은 일반적으로 고용창출의 자족시설이라기 보다 외부유발효과가 큰 시설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거단지로 개발이 완료된 곳에 대규모의 시설입지로 인해 교통난의 가중과 주변 자연환경의 난개발로 주거환경의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데 과연 일산에 입지 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인가? 또한 남북통일의 전초기지로서 일산이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될 것이냐에 대하여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현실에서 통일가능성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수도권내에서 종합전시장이 입지해야 할 곳이 당연히 인천 송도라는 이유를 몇가지 들고자 한다.

 첫째, 전시장사업의 성패는 그 자체시설만으로는 어렵고 전시 임대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공단 및 사업체는 주로 인천 권역 및 경기도 남측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지리적 근접성이나 지리적 인식도 차이에서 인천이 유리하다.

 둘째, 인천은 서해안 산업벨트의 중심지로서 공항, 항만, 도로, 전철이 발달되어 전국 어느 곳이든지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현재도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공항과 연결하는 제2연륙교와 제2공항 철도망이 구축되면 공항과는 20, 30분대로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원활한 교통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셋째, 전시장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국가차원에서 동일하지만 도시개발의 파급효과측면에서 송도는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로 미디어밸리, 테크노파크, 제2연륙교, 국제유통단지, 대우타운조성 등 앞으로 구축해야할 기반시설이 수없이 많다. 이러한 시설은 전시장 시설과 상호보완적 기능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전시장 유치는 이러한 시설들의 개발을 촉진하고, 나아가서 국가경제에도 일조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종합전시장이 유치되지 않았을 경우 국가적인 손실의 크기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종합전시장은 외부효과가 큰 시설로서 교통혼잡 및 주차난이 예상된다.

 넷째, 후보지의 성격 및 전시장 확충차원에서 보면, 송도는 정보산업 및 국제교류 중심도시로서 일산의 전형적인 베드타운과는 비교가 된다. 또한 수도권 종합전시장이 국제전시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정보산업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송도는 이런 면에서 정보관련 연구, 개발, 서비스 기능들이 주기능으로서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수 있고, 호텔, 오피스 등의 부지확보도 용이하다.

 정부는 어느 쪽에 손을 들어 줄 것인가 가늠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고, 아시아의 무역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전시장 건립을 원한다면 그 입지선정은 신중하고 명쾌한 판단하에 결정되어야 한다. 정부의 추진부서인 산업자원부 및 최종 입지 평가위원들의 신중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