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 여성우대제도가 필요하지만 여성후보 스스로 사회참여와 지역활동, 여성단체활동 등과 더불어 적극적인 정당활동을 통해 쟁취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17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인천시의회 박승숙 의원이 본보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정치참여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던 시점으로, 인천지역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여성후보가 얼마나 공천되고, 국회의원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지던 시기였다. 많은 여성의 정치참여와 적극적인 활동을 희망했던 박 의원이 지난 8일 인천시 4대의회 2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3대 이영환 의장에 이어 두번째 여성의장이자, 전국적으로도 두번째 여성 광역의장이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유례없는 다수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한 것이 지난 4·15총선의 화제였듯, 박 의원의 의장 취임은 후반 2기 원구성 단계에 있는 전국 지방의회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 장벽과 더불어 저조한 참여 의식 등으로 제도 정치권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올해의 여성계는 이래저래 풍성한 수확을 거둔 셈이다. 
 수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의정 최고자리라는 영예를 얻은 만큼 여성들이 해내야 할 몫은 그 만큼 더욱 커졌다.  
 그런데 인천시의회만 해도 그간의 의정 활동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기대로부터 일탈한 일련의 행위들로 인하여, 애써 이루어 놓은 성과들이 평가절하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의원 개개인의 비리나 부정 연루는 되풀이되었고 여전히 의원들의 눈치 없는 낭비성 외유는 강행되었다. 또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 등은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정도로 식상한 메뉴가 됐다.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다.’ 의원에 당선되어서나, 의장 혹은 상임위원장에 선출되어 피력했던 원대한 포부와 비장한 다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 면죄부로 변질되면서, 윤리적, 도덕적 감각 기능은 무력화되었다. 
 8일 박 신임 의장은 “의회를 투명하게 이끌고, 의회 고유 기능인 집행부 견제기능에 충실하며 시민 혈세인 세금이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동안 의정 운영의 기본이 흔들려 왔음을 재삼 확인시켜 준 셈일 뿐더러 이번으로 3선을 기록하게 된 박 의장으로서도 그동안 의회활동을 통해 절실히 느꼈던 문제점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야흐로 남성들이 지배해 온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한계에 달하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어린 목소리가 도처에서 분출하고 있다. 어쩌면 참신한 정치 지도자를 고대하는 이 같은 염려가 반사적으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금의 활발한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여성들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결정적인 위기 국면일 수도 있다. 여성들이 명예, 권력, 돈, 시쳇말로 1타 3피의 과욕으로 점철된 기존 정치문화를 쇄신할 카드로 선택된 이상, 오직 바른 길로만 내달아 갈 뿐이다. 더불어 실천과 결과는 없이 교과서적인 구호와 선동에 능한 정치문화도 청산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희망의 씨앗이기도 하다. 어려웠던 시절 정의에는 용감했고 불의에는 비타협적이었으며, 합리적인 사고와 높은 책임감으로 가정을 지켜낸 우리들 어머니의 특질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 지도자의 덕목과 일치하고 있다.
 과거 인천시의 민선 시장들이 쏟아낸 온갖 정책 구상이 멀지 않아 시민들의 심판대에 올려질 것이다. 이제는 시민들이 그 결실을 하나 하나 확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후반 2기를 맞는 인천시의회는 여성의장의 새로운 리더십 아래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 신임의장도 어머니이자 여성으로서 시대의 부름에 인천을 대표해 나선 것임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