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회의에서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차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안을 보고했다.
공청회와 국무회의 보고, 대통령 승인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강의 틀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제1차 국가균형발전5개년계획’은 기반구축의 단계이며,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으나 ‘행정과 산업이 결합된 지역혁신 클러스터의 구축’으로 요약된다.
투입주도의 양적·개별적 성장전략, 단순한 기술의 모방이나 조립·가공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경제흐름을 뒤쫓아갈 수 없는 만큼 이제는 산·학·연·관의 유기적 연계에 기초한 기술혁신, 개방적 경쟁과 협력을 함께 추구하는 경제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 계획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는 이미 세계적인 조류이며 공통적인 화두다. 익히 알고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영국 캠브리지 테크노 폴, 세계 2위의 IT클러스터로 평가받는 스웨덴 시스타, 대만 신주과학산업단지, 일본 도쿄도 오오타구, 중국의 중관춘 등이 성공한 지역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향후 ‘지역혁신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중심 추진주체가 국가가 아닌 지방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천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터에 지난 수 십년간 우리 앞마당이면서도 지역 발전의 큰 장애가 돼왔던, 중국과 북한이라는 ‘암흑의 장막’도 활짝 걷혔거나 이제 막 열리려 하고 있는 참이다. 양 쪽에 날개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5개년계획에 따르면 인천의 경우 오는 2008년까지 1단계 지역혁신사업을 추진하는데 모두 2조8천억여원(국비 3천876억원·시비 1천842억원·민자 2조2천52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물류와 자동차, 기계금속, IT 등 4개 업종이 4대 전략산업으로 선정됐다.
자, 이제 마당은 펼쳐졌다. 타작을 잘해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혁신 주체들-대학, 기업, 지방정부, 연구소, 언론 등-의 힘을 이 마당에 모아야 한다. 사업의 성패여부가 바로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지금 세계 시간은 국가에서 지역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국가는 군림할 뿐이고 통치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할만큼 지역이 세계 곳곳의 중심단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간 경쟁력확보를 위한 치열한 다툼은 이미 펼쳐지고 있다. 이 대열에서 뒤처지면 ‘영원한 낙오’라는 결과만이 돌아올 뿐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비좁은 국토여건상 지역간 경쟁이 더욱 뜨거울 수 밖에 없다.(인접 경기도와 비교해서도 4개 전략 산업 가운데 IT와 물류 두 분야가 겹친다)
여기에서조차 낙오된다면 어떻게 국내를 뛰어 넘어 ‘동북아의 중심’이 될 수 있겠는가?
다행히 최근 들어 지역내 혁신주체들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경제단체들과 대학사이에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혁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대학 또는 대학원에 물류관련 인적 인프라 양성을 위한 과정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욕심이라면 지역혁신의 시작단계인 지금, 한 걸음 더 나아가 산·학 뿐 아니라 나머지 주체들의 힘까지 함께 모일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단순히 집적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혁신클러스터가 되는 것은 아니며 혁신클러스터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들간 긴밀한 상호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개방적 네트워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번영을 구가하다 바로 이 부분의 차이점 때문에 1980년대 중반이후 명암을 달리하기 시작한 미국 실리콘밸리(LA)와 루트128(보스턴)의 사례를 우리는 훌륭한 교훈으로 삼아아 할 것이다.<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