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대전에서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열차를 탔다. 그 날 내 맞은편 자리에 어느 젊은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상당한 미인으로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런 여자라는 것을 꽤나 의식하고 있었던지 몸짓 하나에도 신경을 쓰면서 우아하고 고상하게 품위를 지키며 주변을 의식하고 있었다. 흔한 말로 목에 힘을 주고 그윽한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며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한 마리 고고한 학이 되어 있었다.
 필자는 너무 인위적으로 자태를 뽐내려는 그녀를 감상하고 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수원쯤에서 깨어보니 맞은 편의 학의 여인도 잠이 들었는데 잠에 취한 그녀는 더 이상 고고한 학도 우아한 여인도 아니었다. 뒤로 벌렁 젖혀진 고개, 헤벌어진 입, 그 입에서 침이 흐르고,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코까지 골고 있었다.
 잠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잠을 자야 살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잠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피로를 풀고, 충분한 호흡으로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잠잘 때와 똑같이 편히 누워서 숨만 깊이 쉬면서 눈을 감고 밤을 새워도 같은 효과가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잠은 어떤 기능과 작용을 통하여 원기를 보충하는 것인데 일단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우리의 의식이 항상 들볶음을 당하는 시각적 자극으로부터 해방된다.
 한편 두뇌의 활동이 이완되면서 이것은 전신의 신체조직에 전파되어 전반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들어간다. 따라서 호흡도 점차 느리고 깊어진다. 호흡이 느리고 깊어지면 이번에는 이것이 대뇌에서 뇌의 작용이 한층 잠잠해진다.
 이렇듯 잠이란 우주 삼라만상의 움직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연 현상의 거대한 움직임이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기도 하고 몸이 굳기도 한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공간인 침실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서쪽의 기운을 이용하는데, 태양의 뜨고 지는 방향과 관련된 것으로 해가 뜨는 방향은 에너지의 분출이며, 해가 지는 것은 휴식의 방위가 되는 당연한 귀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음:무자식 팔자 ☎(032)867-0342
 www.예지연.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