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반디앤 루이스 서점은 어린이 고객을 겨냥 ‘반디극장’을 운영한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구연동화 전문가를 초청, 정감넘치는 목소리로 이솝 우화에서부터 안데르센 동화를 들려준다.
 영풍문고 종로점은 만남과 사색,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아이세상’을 꾸며놓았다. 기둥 주변에 계단식 자리를 마련, 고객이 장시간 머물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질수 있도록 배려했다.
 교보문고 강남점에는 재즈클럽 ‘블루노트’가 고객을 반긴다. 문고와 연계한 각종 공연을 유치, 문화향유의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으로의 전통적인 서점시대는 지나갔다. 최근 대형서점들은 체인화를 내걸고 빠른 속도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진한 차향이 퍼져있는 아늑한 공간이자 수준있는 문화 교육의 장을 표방하고 있다.
 인천에도 드디어 국내 대형 서점의 선두주자 교보문고가 들어온다. 1985년, 1987년, 2001년 출점 시도이후 네번째만의 입성이다. 지역내 중심상권인 구월·관교지역내 롯데백화점 인천점 바로 옆 이토타워 지하층에 510여평 규모로 내달 중순 오픈을 준비중이다. 다른점과 마찬가지로 이벤트홀을 두고 유명작가 초청 대화에서부터 ‘흥미끌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양질의 문화 수혜차원이라는 단순논리에 대응시키자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거대 자본력과 기획력을 앞세운 시장공략이라는 메카니즘에서 접근할 경우 영세한 향토서점이 얼마나 버터낼지 결과가 불보듯하다.
 사실 교보문고의 인천 출점 움직임을 접한 지역 서점들은 당초 대대적인 퇴출 투쟁에 나서기로 대의를 모았다. 2년전 교보문고 부산진출 당시 전국의 지역서점조합들이 부산에 집결,시민들과 연대 투쟁을 벌였던 일이 어제일처럼 생생한 이들이다. 영세민을 죽이는 교보문고에 대항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민단체와 상인대표들이 삭발 단식투쟁을 시작으로 전 서점이 무기한 휴업선언에 동참하는 등 그 도시만의 전쟁을 치러냈다.
 그러나 ‘사업장 개설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정투쟁에도 불구 몇개월의 싸움끝에 돌아온 것은 쓰라린 패배였다. 그동안 얻은 것이란 시장잠식이라는 생존위협 그 자체였던 것이다.
 부산 사태는 인천 서점인들에게 ‘가열찬 생존권 투쟁의 승산없음’을 부지불식중에 각인시켰고, 결국은 피케팅을 동반한 일체 투쟁을 포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서점들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도서정가제로 인해 매출이 곤두박질, 인천에서는 최근 몇년사이 다섯 곳 서점중 한 곳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더우기 교보문고가 영업을 시작할 경우 지역 서점업계 총매출의 30%를 잠식할 것으로 서점인들은 추정하고 있다. 말대로라면 대형점 단 한곳이 현재 영업중인 150여곳 매출의 3분의 1을 긁어모으게 된다는 계산이다. 실로 지역내 서점주들이 밤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각 지역의 서점들은 그 곳의 문화와 결합하며 더불어 성장해왔으므로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가 스며있다. “서점이 한 나라의 정신문화라고 할수 있는 ‘책’을 상품으로 하고 있고, 또 서점이 문화를 판매함으로써 그 지역의 문화와 연계되어 있다”는 어느 소설가의 논리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지역문화와의 결합은 문화에 대한 서점주의 태도와 마인드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할때 그동안 인천의 향토 서점주들은 얻은 이윤의 일부를 지역문화창달에 돌림으로써 서점과 문화가 상부상조하는 ‘상생의 길’을 걷는데 인색했다.
 후발 대형서점이 단기간 이윤을 목표로 도서할인, 퍼주기식 선물 등 비문화적 물량공세로 책을 파는 것이 그들만의 생리라고 할때 이제 인천의 향토서점들은 철저한 문화마인드로 환골탈태, 시민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그것만이 편리와 경제성에 익숙해있는 시민들로부터 애정을 얻을 수 있는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