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경사가 있었다. ‘야구 명가’ 인천고가 오랜만에 전국대회를 제패했다는 기분좋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고 동문들과 야구인 시민 모두에게 즐거움이 됐다.
인천고는 지난달 6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 제3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복병’ 덕수정보산업고를 4-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날 명승부를 펼친 인천고의 쾌거는 지금도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당시의 감동과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100년 이상의 야구역사를 갖고 있는 ‘야구도시 인천’ 입장에서 볼 때 인천고의 우승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인천고의 대통령배 정상탈환은 그동안 우승경험이 있는 봉황기, 황금사자기와는 사뭇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37년 동안 단 한번도 대통령배와는 인연이 없었던 인천이 마침내 인천고에 의해 그 ‘징크스’를 깼다는 사실이다. 인천지역의 그 어느 고교야구팀들도 대통령배를 품에 안지 못한 ‘한(恨)’을 풀어준 최초의 우승이었다. 인천고는 지난 85년도 19회 대회 때 결승에 올라 서울고에 1-4로 져 바로 우승문턱에서 좌절 한 것이 이 대회 최고의 성적이었다.
인연이 없었던 대통령기 정상탈환에 대해 선배들도 우승주역인 후배들이 마냥 이쁘기만 하다고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천고는 지난 89년 황금사자기 우승과 95년도 제76회 전국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그 이후 인천고는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했으나 정상탈환에 실패하는 등 소강상태를 보인 끝에 올해 값진 일을 해낸 것이다.
이번 쾌거에는 인천 고교야구의 ‘전성시대’ 를 다시 예고하는 ‘부활의 의미’가 깊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초·중 야구선수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되살리며 ‘우리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부여해 주었고, 특히 인천지역 야구인들이 더욱 똘똘 뭉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온 것도 또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사기를 진작시켜준 것은 선배 동문들이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인천고 출신들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인천지역에서 단 한 곳도 당선되지 못해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극약 처방’이 없었던 차에 마침, 인천고가 대통령배를 정상으로 이끄는 바람에 침체된 인고 동문들이 다시 용기와 힘을 얻는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준 것이다.
다시말해 감독으로 부임한지 1년5개월 된 양후승 감독을 비롯한 30명의 인고 후배들이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 더 나아가서는 프로야구계가 우승주역들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데다 인천연고인 프로야구 SK와이번스로 이어지는 계기 마련도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와는 달리 우승주역들과 시민이 함께 하는 성대한 환영행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물론 인천 SK가 얼마전 야구경기에 앞서 우승주역들을 위한 환영행사를 해주었고, 인천시장도 만찬을 베푸는 시간을 가졌다. 이도 좋지만 더 나아가 시민과 함께 누릴 수 있는 환영행사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에는 우승주역들을 지프차에 태우고 주요시내를 돌며 시민들과 영광을 같이 나누는 성대한 행사가 베풀어져 인천의 자긍심을 높였다. 일부에서는 지금시대에 걸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행사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향토 선수들이 전국무대에 나가 역경을 이겨내며 얻은 값진 성과는 인천고 개인의 자랑을 넘어 인천의 자존심과 과거 명성을 되찾는 뜻 깊은 일이다.
앞으로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인천을 전국에 선양하는 일이라면 시민 모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 우리고장의 영광된 행사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