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장

 유럽연합 11개국 단일 통화인 유로(EURO)화가 탄생한 지 석달이 지났다. 출범 직후 유로화 환율은 수직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1개월만에 약세로 반전하여 최근 3개월간 약세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 환율의 단기적인 변화를 가지고 유로화에 대한 비관론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더욱이 유로화가 가지는 역사적인 의미를 퇴색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유로화의 탄생은 단순히 유로화에 참여한 유럽연합(EU) 11개 국가의 통화를 하나의 통화로 대체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로화는 미 달러화와 함께 양대 기축 국제통화로 자리잡음으로써 앞으로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정치, 외교를 포함하는 국제질서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화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은 2억9천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세계 GDP의 19.4%, 세계무역의 18.6%를 차지하는 미국에 버금가는 제2의 단일통화권이며, 향후 유로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영국 스웨덴 등 나머지 EU 4개국이 합류하게 될 경우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유로화 탄생은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우선 인천지역 무역업계에게 유럽시장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98년 말 현재 인천의 총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0.7%에 달해 북미지역의 20.8%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따라서 유럽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유로화에 대한 우리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유로화는 금년 1월1일부터 2001년 말까지는 국공채 발행 등 금융거래에만 사용된다.

 2001년까지는 민간의 유로화 사용에 대해 각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민간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유럽의 소비자들과 기업은 출범 초기부터 유로화 가격표기와 대금결제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따라서 2001년까지는 유로화 사용이 보편화되지는 않겠지만 수출입거래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외거래에 있어 취급하는 통화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에 수반되는 금융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만 유로화로 거래통화를 단일화시킬 경우 그러한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의 기업들은 3년간의 과도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유로화를 곧바로 사용할 방침이며, 해외 거래선에 대해서도 유로화 사용을 종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거래선의 유로화 결제 요구에 대해 미달러화 거래를 고수할 경우 유로화 결제가 가능한 기업으로 거래선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유로화가 아닌 미달러화 결제를 수용하는 대가로 환리스크 부담에 따른 거래가격 인하나 거래조건의 변경 등을 요구함으로써 대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무역업체들은 지금까지의 미달러화 선호도를 다변화함으로써 단일통화인 유로가 우리에게 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수출입 거래에 있어서 유로화를 적극 수용하고 수입 어음 결제와 네고 또한 유로화로의 전환을 기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보유외화, 결제계좌 등을 적기에 유로화로 전환하여 미 달러와 병행 사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