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2003년 5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과 (사)해반문화사랑회와 함께 1년여간 연구해온 ‘인천시문화예술 중장기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그 내용의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인천의 문화 정체성에 대해 요약했는데, ‘국적과 지역성이 타파되는 화해와 융합의 도시’, ‘각종 문물이 넘나드는 개방된 해양도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도시와 달리, 근래 들어 급팽창한 인천이란 도시의 특성과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개항 이후 인천은 한국근대사의 관문으로 국제적 다문화가 공존해왔으며, 최초의 이민(하와이)이 이뤄진 곳이며, 최근 급격한 유입인구와 도시 팽창으로 ‘외지인의 도시’라고도 불렸다는 점에서 ‘개방’과 ‘융합’, ‘화해’라는 단어로 인천을 표현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보고서는 특히 인천은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해있어 지정학적 구조로 볼 때 남북간 교류와 화해의 중핵도시, 통일한국의 거점도시로 삼을 것을 적시하고있다. 인천은 도심의 문화상징물, 자유공원이나 수봉공원 등지의 기념조형물에서도 그렇듯이 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많은데, 이제 냉전시대를 넘어 공존과 화해, 통일의 도시로 반전시키는 ‘역동적인 미래형 도시’로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지역사회는 아직도 개방과 화해의 도시이미지 정착시킬 수 있는 문화적 행사를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고 있으며 인천적인 문화나 정체성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때마침, ‘6.15 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가 오는 14∼17일 인천에서 열기로 결정됐다. 5월4∼6일 금강산에서 남북이 실무협의를 벌일 때까지만도 남측 추진본부 사이에 개최장소를 놓고 경주, 광주, 대전으로 나뉘어져 이견을 좁히지 못했는데, ‘화해와 타협’의 산물로 제3의 장소인 ‘개방적인’ 인천으로 개최지가 전격 결정된 것이다.
 어떻튼 우리민족대회 개최로 인천은 특별한 주목을 받게됐다. 전쟁과 분단, 실향으로 수십년 깊어왔던 상처와 전쟁조형물, 해안철책선 등으로 비춰진 폐쇄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도시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6.15 기념행사는 또한 지금까지의 남북교류 행사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그 첫번째가 최초의 지방행사라는 것이다. 이 의미를 살려나가려면 지방 스스로 민간교류의 역할을 찾아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그 모범을 인천에서 이뤄내야한다는 과제도 안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과 관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가 있다. 민은 민대로, 관은 관대로 각자 지역에서의 역할을 찾아, 긴 호흡속에 대책과 전망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지역의 민간단체들 사이에서도 모든 역량을 아우르는 통합과 화합이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 민간교류는 6.15와 8.15 기념행사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는데, 남측 추진본부와 북측 민화협의 공동주최로 전국단위 중심의 통일운동단체가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국단위와 함께 인천지역 단체를 포함하는 합동조직으로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가 구성되며 인천지역 단체의 자율적인 준비추진기구도 조직된다. 그리고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마치면 그동안 한시적 기구였던 남북공동행사 추진본부는 상설기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이번 대회는 야외의 열린행사로 진행된다. 개막식에는 남측대표단 1천2백여명 정도가 참여할 예정이지만, 문화행사에는 문학경기장에서 수만명의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첫 행사다. 인천지역 추진기구는 ‘6.15 주간’을 설정, 4일간의 대회 기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인데, 범시민적 호응 속에 새로운 인천문화의 탄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