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대로변에 낡고 작은 인쇄소가 있다. 인쇄소라기 보다 명함집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고집스레 구닥다리 인쇄기 한대 지키면서 명함이나 청첩장을 찍어낼 뿐이니 고객이라고 있을턱이 없다. 그래도 주인은 새벽에 나와 문을 열고 주변을 비질하면서 손님맞을 준비 즉 하루를 시작한다. 하긴 청소라지만 손댈 것도 없다. 큰길가이고 보니 거리 미화원의 수고가 그치지 않아 늘 정결하다. 그런데도 그분은 젊어서부터의 몸에 밴 새벽 청소를 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그분 말고는 아침청소하는 모습을 눈씻고 찾아 보려고 해도 힘들다. 지난날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때 조기청소라는 것이 있어서 공무원이나 어린 학생들이 비들고 거리로 나섰으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꼭두새벽 자신들의 문전 만큼은 비질을 하던 골목안 주택가의 인심도 예전과 형편이 다르다. 가을철 뜰안 낙엽이 담 밖으로 흩날려도 쓸지를 않고 겨울날 눈이 내려 수북이 쌓여도 치우지를 않는다. 청소원이 있어 대신 쓸어주니 버릇이 된듯하다.

 예전의 어른들은 아침 날밝기가 무섭게 대문을 활짝 열고 비질을 했다.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요 소문(掃門)만복래여서 문 열고 소제해야 복이 든다고 여겼다. 비질은 복을 쓸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을 집안으로 쓸어 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비질은 악령 따위를 쓸어내는 의미였다.

 백범 김구선생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 이렇게 기도했었다고 한다. 『하느님 장차 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서는 날 집뜰안을 비질하는 일 한번 해보고 죽게 해주십시오.』

 인천시가 2002년 월드컵 대회와 올가을에 인천에서 있을 전국체전에 대비 『내집앞 내가 쓸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불법광고물 노상적치물도 제거케 된다고 한다. 니체는 일찍이 『문앞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애국심의 초보』라고 했다. 시민 모두 새벽 공기 가르며 아침 청소하는 일을 생활화하자. 지극히 작은 일 같아도 청소는 큰 뜻이 있다. 전시민 내집앞 쓸기는 애향심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