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 세종문화회관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지 14개월만에 지난 3월28일 재개관, 화려한 ‘명품’ 페스티벌을 펼치고 있다.
 자체 제작 대신 외부공연 일색이라는 일각에서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시작으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 합창단, 이탈리아 푸치니 재단의 오페라 ‘나비부인’, 볼쇼이 발레단, 뉴욕 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오페라 ‘카르멘’ 등 공연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객석 의자 등받이에 오페라 자막이나 공연정보를 들을수 있는 액정모니터를 설치했다던가, 최적의 음향을 낼 수 있는 네덜란드 SIAP사의 음장제어장치를 도입했다던가, 무대 바닥과 음향 반사판 설비를 업그레이드 했다던가, 해서 투입된 예산이 총 318억원에 달한다는 등 옆 도시에 사는 문화시민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내친김에 세종문화회관의 최근의 운영성과를 들여다보면 실로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변화의 시발은 1999년 7월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데서 비롯된다. 곧바로 총감독제를 도입,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에 적극 나섰다. 더불어 공연장 확충과 활용을 고심하면서 수준높은 기획공연을 지속적으로 준비, 경영합리화·시설개선·고객만족도 제고 라는 세가지 축에서 성과를 일궈낸다. 결과 재단법인화 이전 16%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2002년 23.9%. 2003년 33%까지 끌어올렸다.
 타도시의 공연시설의 운영성과를 시시콜콜 열거하는 이유인 즉은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시설 인천종합문예회관이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예회관처럼 인천종합문예회관은 자치단체 직영체제로 출범, 시로부터 매년 100억원씩 재정지원을 받는 등 안정적인 재원확보에 따른 ‘호세월’을 누려왔다. 그럼에도 행정 위주의 운영방식에 따라 전문성·책임성 부재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즉 예산규모가 시 일반회계 세출의 0.52%, 특히 문화관광분야 세출중에서는 18.1%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가 7.3%에 그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성적표다.
 현행 운영방식에 대한 변화의 당위성 수위가 높아짐을 인식하기라도 한 듯 시는 지난해 10월 회관 조직과 직제를 개편하기에 이른다, 이어 두달뒤에는 관장과 공연과장의 직책에 개방형 직위제를 적용, 외부전문가를 채용하고 홍보마케팅 담당직을 신설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5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허송세월이 늘어지자 지역 시민·문화단체는 “약속대로 관장과 전문직에 대한 개방형 직위제를 실천하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으나 이제 개방형직위제 체제는 거르지 못할 대세임이 분명한 듯 하다.
 앞서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은 1999년부터 개방형직위제를 도입, 민간 전문가 관장을 앉혔다. 이후 다양하고 질높은 프로그램 개발, 관객 서비스 향상 등 행정 효율화와 전문적 운영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여전히 도 산하 사업소 중 하나로 대부분 인력이 공무원인데다 인사권과 예산권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따라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올 상반기 중 재단법인 체제로 옷을 갈아입는다는 계획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재단법인 체제를 표방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조직 운용이 매우 탄력적인데다 시설 관리비도 상당한 절감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인천문화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인천문화재단 출범이다. 이와관련 한편에서는 재단 출범후 운영이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 전문성을 충실하게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인천종합문예회관을 재단에 위탁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이, 이제 인천종합문예회관도 분명 변화할 시점에 서 있다. 단기적으로는 개방형 직위제 도입이 결정된 상태이지만 전문성과 책임성, 재정 효율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중장기적 모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