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교외 티볼리는 중세의 명문 에스테가의 정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로마를 찾는 외국의 관광객들이 로마를 방문중에 찾아간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유적지에서 멀지않은 석회암 구릉 중턱에 있는 그곳에는 중세 교황들을 기념하는 교회들이 있고 교회안 방들마다 프레스코 화풍의 벽화들로 가득 방문객들을 경탄케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곳의 장관은 분수이다. 온통 정원 전체가 수천의 분수와 폭포로 가득하다.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낙차 큰 힘을 이용한 이를테면 자연분수인데 여기저기 물소리가 요란하다. 뿐만 아니라 높고 낮은 온갖 모양의 분수들이 눈을 현란케 한다. 굵은 기둥 같은 한줄기 분수가 있는가 하면 대청에 발을 치듯 가는 망사 모양의 비단폭 분수도 있다. 『용의 분수』니 『백분수』니 하는 이름만 들어도 분수의 모양새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의 고저가 다른 음정을 내는 특이한 분수는 때마침 교회에서 울려 나오는 종소리와 어울려 하나의 선경을 이룬다.

 서양의 분수는 BC 3천년경 이미 중동의 왕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분수를 만들어 신이나 전쟁의 영웅에게 바쳤다고 한다.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러 파리 시가의 미화를 위해 광장마다 분수가 설치되었으며 이후 시가를 개조할때 마다 분수는 늘어만 갔다. 근래의 분수는 과학의 힘을 빌려 각가지 기교를 부린다. 5색 영롱한 전광으로 조명하고 시차를 두어 분수구를 회전시켜 춤추듯 입체효과를 낸다. 노래하는 분수라고 해서 멜로디의 고저에 따라 물줄기 높이와 조명색체가 변하는 아름다운 분수도 있다. 근래에는 지하광장은 물론 대형 빌딩의 실내에도 설치한다.

 금년내에 1백억원의 예산으로 경기도가 바르셀로나의 것과 같은 노래하는 분수대를 건립하리라는 보도이다. 『분수없는 도시는 영혼없는 인간과 같다』고 이어령 교수가 말했듯 분수가 있어야 도시는 활력을 분출한다. 수원역전의 분수대를 전력비 절약이라며 전광판으로 대체했던 오래전의 일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