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헌/한은인천지점 기획조사과장

 IMF 관리체제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각 경제 주체들의 노력으로 최근 실물경제가 되살아나는 등 일단 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정 적자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 왔으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조조정, 실업대책, 경기활성화 등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로 98년중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선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돼 나라 빚, 즉 국가채무의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란 중앙정부가 주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외에서 자금을 차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채무를 말하는데 국채발행액, 해외차입금, 한국은행 차입금 등으로 구성된다. 98년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71조4천3백70억원으로 1년전보다 무려 41.6%나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올해에도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키로 한데다 특히 정부 보증채무인 금융구조 조정재원 조달용 채권중 상당부분은 대지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올해 말 국가채무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가채무의 누적은 조세부담 등의 고통을 후세에 전가시킨다는 점외에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정부가 국채발행을 증가시키면 민간부문의 가용대부자금이 감소하는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해 시장금리의 상승을 가져 온다. 또 정부의 원리금 지급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이나 국채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국가채무가 누적되면 재정지출 구조의 경직성이 커져 재정에 의한 경기 조절기능이 약화되므로 그만큼 통화정책의 부담도 가중된다. 특히 정부가 재정적자를 쉽게 보전하고 이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채를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인수시킬 경우 금융 자율화를 제약해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80년대 이후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칠레, 페루 등 일부 남미국가와 유럽연합(EU)에서는 정부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용공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GDP 대비 15.9%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50~70%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지만 국가채무는 일단 누적되기 시작하면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속성이 강하므로 재정적자 축소노력 등 국가채무의 빠른 누적에 대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