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템포의 음악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젊음의 급박함과 불안을 형상화한 영화.

 『영화는 음악과 이미지다 … 「롤라 런」이 관객들에게 롤러코스트를 탔을 때의 느낌을 줄 수 있길 바란다.』(톰 티크베어 감독) 독일을 대표하는 30대 초반의 차세대 감독의 말대로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테크노 음악과 이미지가 이 영화의 매력이자 전부다.

 특히 여성 가수(수지 반 데르 미르)의 거칠지만 매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연주되는 유럽 테크노 댄스 음악에 맞춰 영화속 배경인 베를린 시내를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롤라의 모습이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롤라가 집을 나서면서 찰나적인 시차로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왔을 때와, 조금 늦게 나왔을 때, 그리고 정상적으로 나왔을 때라는 세가지 시간대로 구분해 순간적인 차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롤라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롤라와의 직ㆍ간접 접촉으로 인해 자신들의 운명에 영향을 받는다. 마치 「북경에서 나비가 날면 뉴욕에 폭우가 쏟아진다」는 「나비 효과」처럼 사람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얽혀있다고 말한다. 불안한 세기말에 걸맞게 영화는 삶에 내재해있는 우연성과 운명성은 물론, 가족관계 등 인간관계의 불연속성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다.

 그러나 세가지 이야기 중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구원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