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예술의 전당은 다른 국공립문화시설과 다른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독립적인 법인 형태를 유지, 이미 민영화 개념이 도입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여느 국공립시설과 달리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전속예술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다른 시설들이 기획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 대관에만 치중하는 것과 다르게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낼 수 있는 안정된 재정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 특히 자체적으로 우수한 기획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는 프로덕션 기능을 살린 운영방식은 국립중앙극장이나 인천종합문예회관 등 국공립문화시설들이 비효율적인 구조에다 대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강점으로 꼽힌다. 이미 민영화한 예술의 전당의 운영방식에 대해 알아본다.

 88년부터 93년까지 연차적으로 개관한 예술의 전당은 재단법인 형태로 출범했다. 88년 개관 당시부터 독립적인 법인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전문예술기관 성격을 띤다. 재단법인 이사회가 예술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 예술인 중심으로 시설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관료체제를 유지하거나 관료 중심으로 운영돼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국공립시설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행정요원도 대부분 공개 선발과정을 통해 모집한 뒤 해외 및 타 문화시설 등에 연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산은 국고보조금과 공익자금(한국방송광고공사 지원금), 자체 수익금 등으로 충당된다. 1년 예산은 지난해 말 기준 2백억원. 올해는 2백40억원 규모다. 예술의 전당 공사비가 1천5백50억원 소요됐고 1년 문화시설 최소 유지경비가 통상 건축비의 10%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예산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는 다른 문화시설들과 비교해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1년 예산 가운데 수입(98년 기준)은 국고보조 31억, 공익자금 35억, 자체 수익금 1백16억원(예술사업수입 75억, 임대수입 44억, 기타수입 7억) 등으로 구성된다. 대략 국고보조와 공익자금 합쳐 35%를 차지하고 사업수익금이 나머지 비중을 차지, 재정자립도가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재원 다각화를 위해 후원기금제도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부지원에 비해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비중이 높은 편. 열악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 문예회관들에 비해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인데, 오히려 수익비율이 높아 공익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지난해 예술사업비로 63억원을 집행해 사업분야에서만 12억원의 흑자를 남겼다. 다른 문화시설과 비교해 꽤 높은 순수 사업비를 집행하고 있고 흑자를 남길 만큼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이는 민영 형태인 재단법인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이 시설이 펼치는 예술사업중 기획사업과 대관 비율은 대략 3대 7 수준. 여타 국공립시설이 대관 중심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꽤 높은 자체 기획프로그램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연의 경우 지난해 기획공연이 22%를 유지했고 대관공연이 78%를 차지했다. 전시분야는 기획 40%, 대관 60% 수준. 통상 대관이 많이 몰리는 공연분야에 비해 전시분야가 대관비율이 떨어지면서 기획전을 많이 개발해 낸다.

 이 가운데 예술의 전당의 장점은 생산해 내는 기획프로그램을 다른 문화시설이 모방할 정도로 국내 어느 시설에서 만들어 낸 것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점. 이들 기획사업들이 예술의 전당이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키워드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의 전당은 이들 프로그램을 문화상품으로 내놓아 지방 문화시설에 순회 전시, 공연하도록 하기도 한다.

 또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예술경영 개념을 도입할 정도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운영에 대한 심의 평가, 개선방안 모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로 IMF가 문화예술계를 휩쓴 지난해에 전년도에 비해 10%의 관람객을 더 동원하기도 했다. 동원 관람객이 2백26만여명으로 2백4만여명이 입장한 97년에 비해 21만여명이 더 이곳을 찾았다. 관람객 감소 등으로 국내 공연계가 크게 위축됐던 것과 비교해 관객수는 오히려 늘었다.

 물론 이를 열악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지방의 문화시설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철저한 기획과 경영개념이 도입된 시스템은 경제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잠재향수층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인천문화시설들이 새겨 볼만하다.

 또 예술사업들은 사업마다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 기업체 예술사업 후원 확대, 관객들에 대한 문화서비스라는 확실한 목표를 두고 기획된다. 올해 기획한 공연사업 40건 가운데 문학과 공연장르의 만남을 시도하는 문학제와 건축전시에다 콘서트 등의 공연장르를 접목시킨 건축콘서트, 의상쇼 등은 이런 의도 아래 새로 선보이는 것들이다. 지난 1천년과 미래에 대한 키워드를 통한 문화 핵심을 이끌어낸다는 주제 아래 올해부터 2002년까지 밀레니엄 축제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사업도 전담부서까지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이 축제는 99년 IOC 총회, 2000년 ASEM 회의, 2001년 유니버시아드대회, 2002년 월드컵 대회 개최 등 대규모 국제 행사에 맞춰 각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

 예술의 전당은 경제 위기가 몰아쳤던 지난해, 몇 가지 운영개선안을 내놨다.

 인력구조를 공간중심으로 재편성하는 것과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것, 고객 서비스 개선,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추진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경영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켜 정원의 20%에 이르는 인력을 감축했다. 당초 168명이던 정원을 135명으로 줄이는 정원조정을 단행했다. 3명의 본부장 체제에서 공연, 전시파트 등 2명의 예술감독 체제로 바꿔 인력구조를 공간 중심으로 전환했다. 현재 대부분의 문화시설 조직이 서무과, 공연과, 무대과, 전시과, 학예연구실 정도로 관료조직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 시설 운영중심으로 발전시킨 형태다.

 이 운영개선안에는 또 월별 경영평가회의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각 업무과정을 분석하고 실적을 계량화해 기업경영 마인드를 확산시키겠다는 뜻에서 시행되고 있다.〈구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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