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선택- 이기영
4월의 선택- 이기영
  • 승인 200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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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경기본사 사회부장

탄풍(彈風), 박풍(朴風), 노풍(老風) 등 갖가지 바람 속에 17대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는 열린우리당이 가장 앞선 가운데 한나라당이 뒤쫓아가는 양상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뒤늦게 당 전열을 가다듬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민주노동당의 선전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의석분포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 어떤 당을 찍을지 이미 결정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실망을 했으니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새로운 국회의원이 많이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실망이 크면 또 그만큼 기대도 큰 법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으니 아마 이번 총선이야말로 한국의 정치판을 바꾸는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기에 각 후보자들은 얼굴 알리기와 자신의 능력을 알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각 당의 대표들은 전국을 돌면서 거대여당 견제론, 찬탄(贊彈)과 반탄(反彈), 3보 1배 등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탄핵안을 가결시킨 야당의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야당지지율이 얼마나 회복이 될지 알 수 없고, 노풍(老風)을 어떻게 진화시켜 지지율 굳히기에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으나 이렇든 저렇든 딱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에 있다. 유권자의 가장 큰 힘은 자신의 표에서 나온다. “아무 놈이면 어때? 다 그렇고 그렇지 않나? 뽑아달라고 할 때는 뭐처럼 굽실대더니, 뽑히고 나서는 자기 욕심만 챙기고”. 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한 행태를 보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다고 아무나 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자기 욕심만 챙기고 소속정당의 유익을 위한 거수기 노릇만 하는 국회의원을 뽑았다가는 앞으로 4년 동안 더러운 꼴을 또 봐야 하고 속탈 일만 생기지 않겠는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次善)이라도 택하자. 적어도 기본적인 몇 가지라도 확인하고 투표를 하자.
후보 개인이 내거는 공약이라야 별것이 있겠는가? 후보가 공약으로 아무리 내걸어봤자 국가의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므로, 그보다는 후보자 개인 및 직계 가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고 선택을 하자.
그들이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는지가 관건이다.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후보자가 남성이라면 군대에 갔다왔는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지, 투기꾼 노릇을 한 적은 없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직하고 유능한지를 살펴보자. 어떤 후보자는 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또 어떤 이는 5년간 평균 1만원 이하의 세금을 낸 후보가 즐비하다니 가히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선관위 후보등록을 위해 1천500만원의 기탁금을 냈으니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납부실적이 전무한 사람, 상식적으로 생각해 먹고살기도 급할 것 같은 사람이 국민을 대표해 나라살림을 하겠다니 기가 찰 일이다.
후보자들 가운데 군면제를 받은 사람이 총후보자 770명 가운데 119명, 16.4퍼센트라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으로서는 국방의 의무는 의무 이상으로서의 큰 의미가 있다. 힘깨나 쓰는 집의 아들은 아예 군에 오지 않거나 후방에서 편하게 군대생활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니 말이다.
후보자들 가운데 의외로 전과자가 참 많다. 후보자의 전과비율이 19.2퍼센트라고 한다. 그들 중에는 긴급조치법 위반 등 시국사건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무고와 폭력 행위 등으로 인한 것도 많다고 하니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이외에도 걸핏하면 국민이나 민주주의, 개혁과 반개혁, 수구와 보수, 구세대와 신세대 등의 단어를 내세우며 현란한 말만 늘어놓고 실천엔 게으른 세치‘혀’로만 정치하려는 사람은 이번엔 꼭 배제시키자.
이제 좀 정직하고 깨끗한, 그리고 참신한 새 인물을 국회로 보내자.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지 않던가? 국회는 국민을 뜻을 대변하는 기관이자 입법기관이다. 제대로 법을 아는 사람, 국민의 뜻을 법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을 줄 아는 인물을 고르자. 세상이 변하면 법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법, 남녀가 평등함을 보장 받는 법, 장애인을 비롯한 경제적 소수자들이 인간다움을 누려갈 수 있도록 하는 법,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법, 그리고 국민의 뜻이라면 국회의원을 그만둘 수는 있는 국민소환법까지도 제대로 만들 뜻이 있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자. 또 조금은 우직한, 그러나 부지런한 인물을 이번에 꼭 국회로 보내자. 그래야 국가가 살고 국민인 우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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