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회관]

수봉공원에 있는 인천시문화회관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민간에 위탁된 문화시설이다.

 82년 개관후 시가 직접 운영해오다 94년 인천종합문예회관이 구월동에 개관하면서 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인천지회(인천예총)에 위탁, 관리를 맡겼다.

 그러나 이 문화회관은 국공립문화시설의 민영화가 제기되기 이전부터 이미 민영화의 길을 택했지만 관람객이 찾지 않는다. 관람객의 시선을 끌만한 예술활동이 별로 없어 예총단체만 입주해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예총회관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서비스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이곳을 문화기관으로 활성화시키려는 인천시와 수탁단체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시내에 종합문예회관, 구 문화회관 등 다른 문화시설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갈수록 위축돼 시민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 운영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천예총은 당초 이곳에 입주해 있던 시립예술단이 94년 종합문예회관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이 건물 전체를 시로부터 무상 위탁받아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하 2층 KBS에 임대한 인천지국 송신시설을 빼고 나면 연건평 1천1백여평에 이르는 건물 전부를 예총과 8개 장르단체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다 인천시는 연간 2억4천만원씩 건물 관리비를 100% 부담한다. 지난해에서야 입주단체들이 사무실비용을 일부 내기 시작했다. 다른 지방 예총이나 인천민예총이 남의 사무실을 임대해 전세를 전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건물에 대한 자체 경비를 하나도 들이지 않은 채 시로부터 꽤 큰 혜택을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화회관은 위탁관리 5년째인 현재까지 예총단체들이 입주해 있는 사무실 용도외에 문화시설로서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선 우선 관객들을 사로 잡는 공연이나 전시등 문화프로그램이 별로 없어 시민들의 발길을 찾아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시민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조용한 사찰로 인식될 정도. 용도폐지된 시민회관외에 현존 건물중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시설이지만 인천시민중 절반 이상이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다.

 수봉문화회관이 시민과의 간격이 먼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즐겨 볼 만한 자체 공연ㆍ전시프로그램이 없다. 당초 문화시설 용도로 짓지 않아 186석을 갖춘 소극장과 80평짜리 2개실을 갖춘 전시실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펼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변시설 개선이 전혀 되지 않았다.

 회관 입구까지 닿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시민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시설을 찾으려면 10여분 소요되는 진입로를 걸어 올라와야 하고 수봉산 중턱에 있어 찾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원인 때문에 인천문화회관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예술인에게조차 외면당하는 문화시설로 전락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예총회원들까지 대관을 하려면 이곳을 제껴 둔 채 종합문예회관이나 구 문화회관을 먼저 택한다.

 실제 소극장의 경우 지난해 대관실적이 189일에 불과, 절반을 공연이 없는 채 빈 소극장으로 보냈다. 예총 산하 단체들에게 무료로 대관하고 있고 대관료(1일 5만원)가 다른 문화시설에 비해 상당히 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관실적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또 대관 공연내용을 살펴볼때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만한 공연을 찾기 힘들다. 연극 공연 10건 정도 외에는 대부분 어린이 연극이나 재롱잔치, 청소년 음악공연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전시실도 사정은 소극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해 전체 전시 대관일이 131일에 불과했다. 그나마 각 전시단체들의 단체전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획전이나 개인전은 단 4건에 그쳤다.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예총단체, 예술인조차 이 시설을 이용하길 꺼리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수봉문화회관이 문화시설로서 기능을 찾지 못하는 것은 시설면에서 열악한 측면도 있지만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예총이나 시가 적극적인 운영개념 도입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화시설로 시민이용도를 키우겠다는 의지보다 단순히 예술단체들의 사무실로만 기능하도록 할 정도로 시민들의 문화 향수를 위한 서비스프로그램, 소프트웨어 개발에 소홀해 왔다.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인기 없는 공연, 전시만 대관한 채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운영개념을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 이용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셈이다.

 인천예총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몇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했다. 시민들의 예총에 대한 인지도와 회관 이용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취미교실과 매주 토요일 인근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펼친 토요문화한마당등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여느 문화센터와 다른 새로운 문화서비스품목이 없는데다 장르단체들의 협조가 없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회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시민, 관객, 이용자 위주의 시설로 탈바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예총이 현재의 시설 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인천시가 이들 문화서비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지원의 폭을 넓히거나 수익의 일부를 예총이 돌아가도록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가 입주 단체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데 그친 채 대관만 하도록 한 운영시스템은 이곳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소극장을 연극전용극장으로 특화시키는 것도 이 회관의 시민이용도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 인천의 경우 연극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소극장이 없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을 연극전용공간으로 공연장을 특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서울 정동극장처럼 주변 주민들에게 파고드는 휴식-문화 연계 서비스프로그램을 적극 모색해 펼치는 것이 요구된다.

〈구준회기자〉 j hk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