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책가방 즐거운 등교길

 두툼한 교과서와 참고서, 준비물 등으로 불룩해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행여 늦을 세라 학교로 달리던 기억을 어른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리에 앉아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다 보면 차분한 수업준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무거운 책가방이 청소년들의 정상적인 발육에 지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겠는가.

 1999년 현재 청소년들의 책가방이 많이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조동환군(16)의 「패션 가방」에는 점심 도시락과 자격증 시험문제집 그리고 필기구 정도가 들어있었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최성욱군(16) 가방에는 도시락 하나와 문제집 몇권이 더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교과서와 나머지 물품들은 학교 사물함에 넣고 다니는 덕분이다. 하반기에 학교급식이 실시되면 점심도시락마저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희수양(11)은 학교에 사물함도 있고 급식도 되기 때문에 필기구와 준비물, 교과서 정도를 들고 다닌다. 열린수업 시범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준비물이 조금 많은 편이고 가방에 넣을 수 없어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는 게 불편은 하지만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천시 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인천의 초ㆍ중ㆍ고교생 46만여명 가운데 사물함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학생들은 33만여명으로 전체의 약 70%이다. 학교급식의 경우 올해 말까지 모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는 초등학교 대부분과 고등학교의 절반 가량이 이미 실시중이다.

 그러나 책가방이 가볍다고 해서 등교길이 즐겁다는 것은 아니다. 만원버스의 시달림, 학교폭력, 집단따돌림등 주변환경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많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입시교육의 중압감일것이다.

 올해부터 「책가방 없는 날」을 지정한다든지, 전일제 특별활동등이 고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체험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텃밭 가꾸기」, 「모듬별 요리대회」, 초청강연, 마당놀이 관람, 작가와의 만남, 다양한 연주 감상, 봉사활동으로 채워진 체험학습은 시도하기에 따라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요리대회에 출품한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랄 친구들 생각, 방과 후에 약속되어진 동아리 모임에의 기대, 점심시간 옆 반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한 농구 시합 등 재미있는 상상과 기대가 넘치는 등교길이야 말로 가벼운 책가방이 가져다 주는 참된 즐거운 등교길이 될 것이다. 〈김영수ㆍ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