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에 금융지원을 우선한다는 정부의 시책이 시행과정에서 겉돌고 있다는 보도다. 인천 남동공단 H금속의 경우 지난해 11월 벤처기업 인증에 이어 최근 기술혁신 개발자금 지원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았으나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기술 신용보증과 은행에 자금지원을 여러차례 호소했는데도 차입금이 많다는 이유로 거부됐고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특히 중기청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서를 받은 업체가 부도를 낸 것이 인천에서 처음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한다.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을 마련한 본디의 뜻은 기술력강화를 통한 경제살리기와 국제수준의 법체제정비였다. 그런데 법제정의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이런저런 핑계로 금융지원을 질질 끌거나 아예 해 주지 않는 바람에 풀이 죽어있는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약삭빠른 돈장사와 채권확보에만 혈안이 돼왔던 개발연대의 은행의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이 전제되지 않는한 웬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도 갑자기 수렁에 빠질게 뻔하다. 현재 인천에만도 확인서를 받은 업체가 211개에 이르고 있으나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여서 이대로라면 부도가 꼬리를 물고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벤처기업들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법을 만드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하며 유관기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요즘 공통의 화두로 등장하는 외환위기 극복, 한국경제의 선진경제권 진입을 앞당겨 나가려면 창의력 있는 기술력을 제고하는 길 외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IMF체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과도기다. 이 과도기에 걸맞는 정부의 기능이 절실한 것이다. 지나온 50년이 그랬듯이 다가오는 21세기에도 기술개발에 목숨을 걸겠다는 일본 마스시다전기의 변함없는 기술입국의 신념은 그들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당국은 우선 지금까지의 지원대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그 효과는 어떠했으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산업현장에서 살펴야 한다. 지원대책이 쏟아져 나왔으나 어려움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