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건축전이 마련된다. 인하대 건축학과 원정수 교수 정년퇴임(99년 8월)을 앞두고 오는 5월3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 2층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인하40+원정수건축전-α 에서Ω 까지」가 그것.

 이번 전시는 출품작의 규모와 작품면에서 그 유례가 없는 큰 행사가 될 것으로, 벌써부터 국내 건축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흔히 정년을 앞두고 열리는 기념논문 봉정식이나 만찬 등과 달리, 스승과 제자가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전시행사를 갖는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국내 3대 건축과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역대학 건축과의 위상을 알리는데도 이번 전시가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는 제자 40명의 주요 설계작품과 원교수 작품이 망라된다. 원교수는 한국은행 본점 별관, 포항 포스코센터, 국회의장 공관을 비롯해 주택, 기업체 사옥, 교육시설 등 국내 굴지의 건물 설계를 맡았다.

 국내외에서 건축사사무소, 종합설계회사 등을 경영하고 있는 그의 제자들은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연변과학기술대학 공학관, 대한건축사협회회관, 인천도시철도터미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요 건축물 설계를 담당하며 중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에는 이들 설계작품이 모형 스케치 도면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등장하고, 팬터마임ㆍ연주 등 이벤트도 곁들여져 볼거리, 들을거리가 많은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나온 뒤 63년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로 임용돼 35년간 재직해온 원교수는 이 대학 건축과의 산 역사이자, 우리나라 건축인재를 길러낸 대부로 불린다. 외국인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외국서적만 보며 가르치는 것이 당연시되던 60~70년대 어려움을 체험했던 그는, 그 경험을 토대로 실력을 갖춘 건축인을 만들어내는데 전념해왔다. 「쓰라린 경험이 성공을 낳는다. 실패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건축설계는 고행의 길이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목적을 실현해가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힌 원교수는 다행히 가르침을 따라준 제자들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인 지순씨도 현역 건축가로 부부건축가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