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깊은 바다밑엔 과연 무엇이 살고 있을까. 예전 사람들은 범선이라도 통째로 삼킨다는 문어나 오징어 즉 크라켄이 살고 있으리라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 바다 괴물의 이야기가 전혀 허황되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상상을 가능케하는 조짐이 종종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전 덴마크의 한 조사선은 굉장히 큰 새끼뱀장어를 발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컸던지 그것을 보통의 뱀장어와 같은 비율로 자란다는 계산을 해본 결과 길이가 27m는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뱀장어가 아직 잡힌 바는 없으나 만일 발견이라도 된다면 바다의 괴물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뱀장어가 깊은 바다에 살기는 해도 여전히 새끼는 작을 뿐이다. 부화하여 1년쯤 지나 육지를 찾아 올 때의 몸길이는 5.5㎝ 정도의 가느다랗고 여린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실뱀장어라고 부른다. 3월에서 5월 사이에 우리나라의 강 하구에 나타나 상류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에 뱀장어를 양식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쌍심지가 켜진다. 실뱀장어를 얼마나 잡을 수 있는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실뱀장어는 한해 15<&34805>쯤은 된다고 한다. 전에는 이것을 일본에 수출했으나 지금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아직 뱀장어의 양식에는 치어인 실뱀장어의 확보가 중요하다. 그만큼 지금까지도 뱀장어의 일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실뱀장어의 고향은 오키나와 서쪽 수심 3천m의 깊은 수역이다. 우리 강에서 자란 어미가 산란을 위해 찾아가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담수에서 해수로의 급변하는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 찾아가 산란하고 신비의 생애를 마감한다.

 본격적인 철을 맞아 수산당국이 실뱀장어의 조업지도에 나섰다고 한다. 연어나 뱀장어나 같은 회귀성인데 연어는 강에서 산란 먼바다에 나갔다가 성장하여 돌아오는데 비해 뱀장어는 그반대인 점이 다르다. 아무튼 이들이 돌아오려면 깨끗한 환경의 유지가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