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원제 「Deprisa deprisa」는 우리말로 「빨리빨리」라는 뜻. 단 5분 뒤의 삶을 예측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폭풍같은 삶과 사랑을 스피디하게 영상화했다.

 프랑코 총통 독재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80년 마드리드 뒷골목. 파블로와 메카 등 네명의 젊은이들은 절도를 밥먹듯이 하고 마약과 살인까지 저지른다. 일을 끝내고 나면 아지트에 모여 커피를 마시듯 마약을 흡입하고 몽롱하게 나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갱스터도 마피아도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할머니에게 TV를 사들고 가 재롱을 부리거나 폭발하는 차에서 치솟는 불길에 어린아이처럼 환호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한다. 전편에 절도, 마약, 섹스, 살인으로 점철돼 있지만 배경에는 빨리 기성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반항정신이 배어 있다. 그들에게 TV나 라디오에서 나타나는 현실은 죽도록 일해도 가질 수 없는 물건을 얻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 그러나 중산층이 소유한 가치를 얻기 위해 훔치고 빼앗고 때려부수는 식으로 질주하는 이들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구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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