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전 검사에 징역 4년, 법정구속”(14:46), “매춘여성들 ‘경찰관, 교도관 성상납’(실명)폭로”(14:54), “‘연구비 유용 교수, 해임하라’<학생진상규명위>”(14:57), “전재용 괴자금 중 54억 ‘전씨 비자금’”(14:59) ….
 실시간 뉴스를 다루는 ‘연합뉴스’ 가 2월10일 오후 2시46분부터 20여분간 보도한 사회분야 뉴스의 제목 일부다.
 오후 8시49분에는 ‘반부패 국민연대’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선정한 1월의 부패뉴스가 올라와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국회의원 줄줄이 구속’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있다. 2위는 제주도교육감 돈선거, 3위는 김운용 횡령과 배임혐의 구속, 4위에는 IBM 납품비리가 각각 올랐다.
 이날 연합뉴스 사회분야는 “전재용씨 구속수감”(22:17)을 지나 “전재용씨 끝내 함구”(22:49)란 제목을 끝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이날 정치분야로 넘어가면 제목이 좀더 혼란스럽다. “민경찬씨, ‘청와대 사전조율 사실무근’”(21:59), “YS, ‘서청원 석방 잘된일’”(11:31), “대선자금 청문회 첫날부터 파행”(10:23), “FTA 비준안 처리 또 무산”(00:15)….
 2월10일, 하루의 뉴스 제목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의 정치, 사회에는 천문학적 단위의 검은 돈이 난무하며, 불유쾌한 ‘진실게임’이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한다. 보통국민들이 상식에 벗어난 고위층들의 발언, 무책임한 폭로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튀어나온다. 그리고 문제의 부패구조는 사회 전 분야에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한번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 중 중요한 한 단면을 함축적으로, 중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우리 정치, 사회의 지도층, 상류층들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형편없는 도덕성이다.
 김도훈 전 검사는 직무와 관련돼 뇌물을 받고, 몰래카메라 촬영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중인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제기한 수사외압 의혹도 사실상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있다.
 연세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은 또한 지도층들의 여전한 도덕 불감증을 재확인해준다. 최저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강사들 앞에서 사건이 불거지고, 또 그 강사들에 의해 직위해임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현직 대통령의 사돈으로, 투자 자금 모집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었다고 하다 다시 부인했다는 등 종잡을 수 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는 민경찬씨도 우리사회의 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의사출신이다.
 지역 교육계의 수장을 선출하는 데도 검은돈이 오갔다. 아무리 도덕불감증의 사회라 해도, 백년대계의 밑동부터 썩는 것을 보통 사람들이 어찌 받아들일까, 우리 교육계의 상층부는 가슴 앞프게 고민하고 있을까.
 국내외 체육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체육계의 ‘대부’ 김운용씨의 마구잡이식 비리실태와 IBM 뇌물공여의 사례는 ’차떼기 정치자금’과 함께 최근 미국 ‘LA 타임즈’ 1월27일자 1면과 6면을 ‘장식’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 ‘만악의 근원’이 된 정치자금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권부 최고위인 대통령들이 있었고 지금 ‘전재용 괴자금’이란 이름으로 새어나오고있다. ‘안풍자금’의 출처로 폭탄세례를 받은 김영삼 전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구속된 한나라당 서청원의원의 석방을 ‘잘된 일’이라고 말하며 서의원에게 축하전화를 한다.
 이런 판국에 향응과 성상납을 받은 말단 경찰, 교도관들의 ‘엽기적’인 뉴스는 거론하는 것도 쑥스럽다.
  프랑스어에서 나온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 Oblige)를 우리에게 들이대는 것은 사치라 치자. 그러나 ‘상탁부정하’(上濁不淨下)란 격언은 우리의 말이다. 정말,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