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텔레콤(인천시 연수구 연수구청 6층 벤처센터 607호) 신상선(42) 사장은 여느 해보다 올해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그 동안 외주로만 생산해 오던 휴대폰 단말기를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중국 판매를 해야하고, 오는 6월 중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지식산업단지에 연구개발 등 중심 역할을 할 새로운 건물을 완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해는 회사 문을 연지 10년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때입니다. 자체 브랜드 출시를 계기로 BM텔레콤이라는 이름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각인시키기 위해 전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 사장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의 고향은 경북 문경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집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혼자의 힘으로 충암공고 야간에 입학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서울 구로공단에 있던 전화기 제조회사인 오트론. 10년 가까이 근무를 하면서 주로 생산부서에 있어 남에게 뒤지지 않는 기술을 익혔다. 신 사장은 이런 경험이 현재의 회사를 만들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신 사장은 창업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다. 기술로는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은 있었지만 창업은 처음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었다. 가장 큰 재산인 18평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주위의 도움으로 간신히 3천만원을 마련했다.
이후 구로공단에 100평 규모의 공장을 임대, 20명의 직원과 함께 1994년 8월15일 광복절에 ‘BM전자’라는 이름으로 회사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5개월 동안 일거리 없이 지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전 직장에 납품을 하던 하청 업체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정말 믿었지요. 하지만 공장 문을 열고 나니 누구 하나 도움을 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신 사장에게 한 줄기 빛이 쏟아졌다. 텔슨전자로 옮긴 직장동료가 납품 제의를 해온 것이다. 무선호출기(일명 삐삐)가 한창 보급되던 시기라 납품 물량이 크게 늘면서 회사가 활기를 띠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공장 증설 등이 필요해 1996년 인천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인천기계공고 인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다음해 IMF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신 사장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빠진다.
당시 신 사장은 자신의 철학인 ‘성실’을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고난의 시간을 버텼다. 그러던 중 다시 행운이 찾아왔다. 무선 호출기 대신 PCS폰이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텔슨전자가 미국 모토롤라와 계약을 맺고 수출 물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도 매년 크게 성장했다. 1999년 신 사장은 핸드폰 단말기 생산 업체의 입지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 이름을 BM텔레콤으로 바꿨다.
거래처도 다변화됐다. 텔슨전자의 외주 물량 70%를 소화하고 있지만 핀란드의 노키아, 국내 삼성, LG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으로 충북 청원의 임대공장에 입주했다가 다시 오창 과학산업단지에 자체 생산 공장을 마련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해 중국 칭다오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매출도 2001년 78억원에 불과했으나 2002년 371억원, 지난해 490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올 해는 68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 내년에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각 생산현장에 흩어진 연구인력을 한데 모아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마케팅을 위해 송도지식산업단지에 대지 2천평, 지상 2층 규모의 기술연구소 건물을 짓고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의 성과를 이뤘던 것은 매출 증가에 못지 않게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전체 직원 300명 중 40명이 연구개발인력이고 총 매출의 10% 이상을 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 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 핸드폰 단말기를 수출하기 위해 그 동안 25억원을 들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국내 핸드폰 중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판매되는 슬라이더 폰이 된다.
휴대폰 단말기 외에 신 사장은 필름 스피커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산학연으로 개발한 것을 상용화한 것으로 스피커 두께가 0.5∼50㎜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신 사장은 일본·유럽 유명 음향기기 업계가 밀집돼 있는 태국 방콕에 공장을 만들어 미국 및 유럽 시장 진출을 꿈꾸고 있다.
신 사장은 “자체 브랜드로 올 해 중국 10만대, 미국 50만대 휴대폰 수출을 달성해 세계적인 생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필름 스피커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글=이현구기자·사진=김기성기자> h1565@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