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획공연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서구ㆍ계양문화회관의 99년도 운영방식이다.

 인천지역의 문화시설중 인천종합문예회관 다음으로 시설면에서 공간을 갖춘 곳이 서구와 계양구가 운영하고 있는 이들 회관. 당초 구민회관에서 출발, 문화시설로 발전함에 따라 전체 운용예산 규모면이나 올려지는 공연내용이 외형적 시설에 비해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입지조건을 이유로 지역내 예술인과 공연기획사들이 시설이용을 기피, 행사성 위주의 대관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가하면 나머지도 흥행성 영화나 어린이 뮤지컬 일색으로 순수예술 공연은 한달에 평균 한건에도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회관 소속 예술단조차 없는 형편에서 연간 6, 7천여만원의 예산으로 꾸려가는 기획공연은 단순히 국ㆍ공립예술단 초청무대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이 회관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주위의 지적은 기획과 제작, 홍보, 관객개발, 그리고 평가로 연결되는 극장적 구조와 동떨어진 행정위주의 구조와 운영방식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극장이란 많은 재능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다 전문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운영방식 모색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서구문화회관

 서구문화회관에서는 올해 이색사업으로 지역내 연극인 지원을 구상중이다. 인천지역 대부분 극단이 영세성으로 작품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 이들이 모여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소품을 지원한다는 것.

 예산상으로는 옹색한 움직임에 다름 아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존 예술단체를 끌어들여 수준높은 작품을 올리겠다는 의지는 살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체 예산중 인건비와 시설유지ㆍ관리비를 빼고 남은 소규모의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영향력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질높은 작품 창출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28022>예산운용과 실태=서구 문화회관의 지난해 살림규모는 총13억여원. 그러나 올해는 대폭 줄어든 9억1천만원이다. 이중 인건비가 4억3천여만원으로 가장 많고 시설유지비 등 일반운영비 3억5천여만원, 또 구민을 위한 무료 취미ㆍ교양교실 운영비가 4천6백만원이고 보면 순수 기획공연을 위해 배정된 금액은 7천7백만원이 전부다.

 또 지난 한햇동안 벌어들인 돈은 시설대관과 기획공연 입장료 수입을 합해 8천여만원. 그나마 식당과 매점, 웨딩 이벤트숍 등 임대사업으로 1년평균 1억5천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 여느 문화시설과 대별되는 점이다.

 이곳 회관에서 1년동안 열린 공연은 대관 실태를 보면 그대로 그려진다. 98년 총 대관건수는 263건. 이중 행사가 101건, 예식이 140건으로 공연을 위한 시설대관은 총 22건에 불과하다. 이중 절반이상이 영화상영이었고 어린이 뮤지컬과 순수공연은 각각 5편정도 올려진데 그쳤다.

 이와관련 회관측에서는 지역 예술인과 단체의 부재가 그 일차적인 원인이라며 『결국 수준높은 프로그램 제공은 전적으로 회관자체 기획력에 달려있으나 적은 예산으로 내용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고 토로하고 있다.

 <&28022>기획공연 현황과 문제점=서구 문화회관이 밝힌 기획공연의 제일 원칙은 지역내 예술단과 연계, 작품을 제공한다는 것과 가능한 무료초대형식을 택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올렸던 작품은 연극 「데이 신따이」, 뮤지컬 「내친구 호빵맨」, 연주회 「전자 사물놀이」 등 지역 예술단체와 제작한 작품과 시립예술단 초청공연이 10편, 그리고 영화 4편, 전시회 등 모두 15편이다. 또 대부분 입장수입도 영화상영에 의한 것으로 1천3백만을 벌어들인데서 그쳤다.

 올해의 그림표는 이보다 늘린 26회. 음악ㆍ연주회가 10회, 연극ㆍ뮤지컬 6회, 영화 8회에 전시회가 1회다.

 아홉번의 시립예술단 초청무대를 비롯, 지역극단과 함께 올릴 연극, 인천출신 대학출신 그룹과 연합기획으로 선보일 「록 페스티벌」에 이색적으로 중국기예단 초청무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영화의 경우 4월부터 월2회씩 영화의 날을 지정, 무료 상영을 시행하기로 했다.

 타 문화시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전문기획자가 없는 현실에서 단 한명의 담당직원이 이끌어 낸 기획치고는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구민의 문화욕구를 채울만한 수준높은 작품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회관이 안고있는 구조와 운영방식이 만들어 낸 문제점이며, 보다 전문화된 시설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계양문화회관

 주말은 어린이 뮤지컬과 가족영화, 평일에는 학교ㆍ학원이 마련한 학예발표회.

 계양문화회관이 96년 10월 개관이후 2년여동안 올려온 행사의 그림표다. 제대로 된 작품공연은 손으로 헤아릴만큼 수적으로 열세, 문화공간이라는 명칭이 실로 무색할 정도다.

 이와관련 회관측은 『인천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보니 성인관객을 대상으로한 공연물을 올릴경우 대부분 외면당하기 일쑤, 어린이 뮤지컬과 영화상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그 한계상황을 밝혔다. 더더욱 올해에는 계양구청사 건립을 이유로 전체예산이 대폭 삭감, 새로운 기획은 고사하고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곳 회관은 구에서 한시기구로 운영하는 상태로 그 설치시한이 내년 6월말이면 완료됨에 따라 공연활성화를 포함한 운영개선이란 관심밖의 일로 외면되고 있는 현실이다.

 <&28022>예산운용과 실태=개관후 첫해인 97년에는 7억여원, 98년 6억원, 그리고 99년에는 5억2천여만원. 계양문화회관의 한해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갈수록 구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상승하는 반면, 공공기관으로서 질좋은 프로그램을 포함한 서비스 수행능력은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중 기획공연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0분의 1로 올해의 경우 5천만원을 상회하는데서 그쳐, 인천종합문예회관과 서구문화회관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이곳 회관의 수입은 전적으로 시설이용에 따른 대관료에 의존, 지난해에는 모두 97건 대관결과 5천여만원을 벌어들였다. 문화교양교실 운영에 따른 수입은 강사료로 고스란히 쓰여지고 있으므로 더이상의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대관 내용이란 것이 서구문화회관과 마찬가지로 학교나 학원잔치, 강연회가 상당부분을 차지, 공연기획사나 예술단체가 만들어낸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97년 성적표를 보면 행사가 55건에 어린이뮤지컬 일색의 공연 28건, 그리고 14편 영화가 이곳 공연장에서 올려졌다. 이에대해 회관측은 『수준높은 작품을 들고오는 공연기획사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문화시설이라는 공간의 존립이유마저 부정하게 만든다』고 토로한다.

 <&28022>기획공연 어떤가=지난해 6천여만원으로 만들어낸 내용물은 「한국필하모니 주니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뮤지컬 인형극 「못말리는 가족」 「김형곤의 코미디 클럽쇼」, 연극 「아버지의 노래」와 악극 「단장의 미아리 고개」, 그리고 두번의 시립예술단 초청무대, 나머지는 27회에 달하는 영화상영이다.

 지역내 예술단체와 만든 작품은 뮤지컬 등 단 2편으로 예산 7백만원이 소요된데 반해, 중앙에서 올려진 연극 등 3편을 끌어오는데 4천1백만원이 들었다. 남은 예산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장르는 영화상영. 실제로 26편의 영화상영에서 필름임차료조로 든 비용은 9백여만원에 불과하다. 영화상영이 공연의 일색을 이루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보다 기획공연 항목의 예산이 1천만원 줄어든 올해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 어버이 날 특선 연극과 외국 합창단 초청연주회 각각 한편, 시립 예술단 초청공연, 그리고 지역내 합창단과 합주단이 참여하는 음악회가 그 전부다.

 1년중 제대로 된 작품을 한편도 올리지 못하는 문화회관이라면 부족한 예산과 인력만으로 그 원인을 설명해내기에는 충분치 않다. 새로운 운영방법 모색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물꼬가 된다는 것이 문화예술분야 상당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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