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초로의 남성분이 뭔가 불안한 심사가 있는지 연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면서 들어왔다. “답답한 일이 있으신가봐요?”하고 묻자, 대답 대신 한숨을 크게 내쉬며, “팔순이 넘은 아버님이 며칠전 집을 나가신후 아직 소식이 없어서…”하였다.
 인간은 像으로 나타내어진 육신과 눈으로 볼 수 없는 정신, 그리고 생명력의 본체인 氣의 삼자로 구성되어 있다. 가끔 주역으로 괘를 뽑다보면 천지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존재와 부합되어 판단에 혼선이 올 때가 있다. 그럴때면 동전으로 하는 육효로 재차 확인하는데 신기하게도 잘 맞는 편이다.
 그때도 동전을 던져 괘를 뽑았더니 風水渙괘가 坎爲水괘로 변했다. 卯木父爻가 동하여 世를 생하고 또 子水로 회두생(回頭生)으로 化화여 在外에서 평안하리라 보고 또한 世가 空亡되어 속히 돌아올것이 짐작되어, 그래서 봄이 되면 돌아오시게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과연 2월에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그분이 2년전 다시 방문하여 이번에는 다 큰 딸자식이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며 언제 돌아오겠나며 한번 봐달라고 간청하였다.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몇년전 아버님의 가출보다 더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조용히 묵념하고 향을 하나 피워 육효로 점을 쳐보니 火風鼎이 水天需로 변했다. 未土가 進神으로 化하고 일진에 의해 충되며 丑土는 化한 子水와 합되어 巳火 元神이 동하여 용신을 생하고 있으나 巳火가 子水를 化出하여 회두극제(回頭克制) 당하고 있으므로 당장은 집에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더니 그분이 묻기를, “나중에라도 들어오겠습니까?”하기에, “내년 壬午년에 돌아오겠는데요”하였더니 과연 午년 午월에 집에 도착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다. 午년에 돌아온 것은 未土가 동하여 日沖되었고 동충(動沖)에 봉합(逢合)이 되었고 또 丑土는 子水와 합하여 沖開하는 년월이 와야 하고 巳火는 子水의 극을 받고 있었으므로 子水를 충거(沖去)하는 午년이 되야지만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으로서의 본성이 있다. 단순히 육신과 생명력만으로 논한다면 사람 역시 금수와 다룰바 없겠으나 그 본성을 갈고 닦아 완성의 길로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인간은 위대하다. 정신은 육신에 의해 존재하고 육신은 정신에 의해 존재한다. 占이란 인간이 갖고 있는 잠재된 원초적인 氣를 순간에 읽어내는 것이기에 神과 바로 교통할 수 있는 특권이라 본다.
 
 다음:영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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