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강의가 끝나고 쉬고 있는데 웃음소리가 나면서 여자들 네명이 몰려왔다. 소문을 듣고 왔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그중 낮익은 얼굴 하나가 기억이 날 듯 말듯하여 생각을 더듬고 있는데 그녀도 필자를 어디서 본 듯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64년 6월15일 오전 3신데요”하자, 옆에 있는 여자들도 차례로 생년월일을 말하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비슷한 운명끼리 모여사는지. 겉모습이야 화장을 진하게 하고 왔으니 모두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각각의 운명은 다룰 수 밖에 없는데 그리도 팔자들까지 비슷한지.
 이름은 모르고 그때 피부가 까맣다고 하여 별명을 깜순이라고 부르던 기억이 사주를 적는 순간 문득 되살아나, “혹시 깜순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요?”하고 물으니 옛날 별명이라며 맞다고 하였다. 십여년전 귀금속을 운영할 당시 역학공부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 그때는 술을 마시러 다니면 술집아가씨들 사주를 공부삼아 재미로 봐주곤 하였는데 그러면 가끔 안주가 꽁짜로 나오곤 하였다. 알고보니 그때 봐줬던 아가씨였다. 지금은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바 없는 그녀의 생활이 세월의 무게만큼 무겁게 느끼졌다.
 “그렇잖아도 지금도 친구들 한테 선생님 얘기 가끔 해요.”
 時上 상관을 두고 있고 年上에도 상관인 甲木이 있어 未土 辰土가 15세부터 들어오는 己巳대운으로 관살혼잡이 되어 16세 기미년에 혹시나 싶어 성폭행 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화들짝 놀라던 그녀의 표정이 생각났다. 그때는 사주을 직업으로 볼 때가 아니여서 배운대로 얘기하면 모두들 철학관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잘 맞는다고 신기해 하였다. 지금은 사주팔자의 길흉을 본다기 보다 상담자의 당면 문제를 어드바이스 하는 측면에서 상담에 임하기 때문에 가급적 상대에게 충격이 될 만한 이야기를 피하는 편이지만, 당시만해도 여과없이 얘기하던 때라 모두들 깜짝 놀라곤 하였다.
 깜순이인 그녀는 다시 필자가 술마시러 오지 않을까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그 후 그녀는 결혼을 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고 남편의 폭행으로 홀로 무작정 집을 나와 공장에서 일하다 친구소개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지금은 나이 차가 많은 남자한테 금전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있는, 그녀의 척박한 삶이 가엽게 느껴졌다.
 
 다음; 육 효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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