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주 일요일이면 지정은양(17ㆍ인천여고 2년)은 「잘나가는」 잡지사의 능력있는 데스크로 변신한다.

 5~6명의 후배기자들을 쏘아붙이며 원고를 다듬고,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들을 얘기가 한다발 적힌 취재수첩을 꺼내 다음 취재계획을 짜낸다. 취재 아이템을 챙겨주는 정은이는 후배나 동료기자들의 축처진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는 북돋음도 잊지 않는다.

 인천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이같은 풍경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 돼버렸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선보인 국내 최초의 고교생 전문 무료잡지 『밥 메거진(BOP MAGAZINE)』이 뜨면서 생겨난 신풍속도이다.

 인천지역 50군데의 고교에 4만부가 뿌려지는 『밥 메거진』의 기자들은 200여명. 한 학교에 3~6명의 위촉기자들이 40면 타블로이드판 대부분을 꾸민다.

 『학교소개』 『생각나눔터』 『알면좋다』 『BOP마당』 『낙서장』 『추억의 사진모여라』…. 톡톡 튀는 이들의 코너들이다.

 학교에서 주로 문예부 방송부 편집부원으로 활동하는 이들 기자들은 5개 학교당 1조를 이뤄 10개팀으로 가동된다. 짬이 나면 서로 만나 얘길 나누고 쉴틈없이 취재원을 찾아 다닌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쳇바퀴 속의 다람쥐인 이들에게 취재과정에서 최신 유행하는 힙합과 최정상 댄스그룹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방」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임무는 또래들의 꾸임없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 선생님, 부모님, 혹은 유명인사에게 하고픈 얘기를 솔직히 털어놔 그들 세대의 주장과 존재를 알리는 매신저들이다.

 이들은 말한다. 『또래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바로 내 얘기이니까요』라고.

〈박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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