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는 열등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손미경 정치2부장

 지방대학, 지방언론, 지방분권….
 참여정부들어 더욱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지방’이라는 말이다. 여러 면에서 수도권 보다 낙후된 지방을 살려보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하다는 것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 말이 강조될수록 역설적이게도 ‘지방은 모든 면((지역세는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 그곳에 소재한 대학, 언론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뜻으로 확대돼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바꿔말해 수도권에 사는 사람, 수도권에 있는 대학, 수도권에 있는 소위 중앙 언론들이 지방의 그것들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을 은연중 내보이듯 하다는 것이다.  지난 주,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에서는 이병완 홍보수석과 지방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대화 주제는 ‘대통령 외부일정 사전 보도로 인한 출입언론사의 출입제한조치’. 청와대가 아닌, 외부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는 경우 보안문제상 그 일정을 미리 언론에서 기사화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중앙지와 지방지 몇 곳에서 이를 어기는 일이 발생했다. 그 첫 사례가 됐던 한 지방지 출입기자는 3개월 출입정지 조치와 함께 개인적으로 3개월 감봉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고, 뒤이어 엠바고 약속을 어긴 중앙지도 동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지 기자에 대한 출입정지조치가 내려진 뒤에 일어났다. 지방지 기자의 징계 당시에는 그동안의 관행이었으니까 하며 넘어갔던 중앙지 기자들이 막상 자신들과 같은 그룹의 중앙지 기자가 출입정지 조치를 받자 홍보수석 및 대변인에게 이의를 제기했고, 중앙지 기자를 포함해 같은 제한조치를 받았던 언론사들이 이에서 해제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중앙 언론은 조치가 내려진 뒤 불과 하루만이었다.
 이 수석과의 간담회는 이같은 중앙언론과 지방언론의 차별을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고, 기자들은 일관성없고, 원칙없는 청와대측의 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앙지는 영향력이 있어서 하루만에 조치를 풀어주고, 지방지는 힘이 없으니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인가.”
 “해당 지방지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질 때는 그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했으며, 중앙지까지 조치가 내려진 뒤 이 문제는 제한조치를 내리고 말고 이전에 국가원수의 안위에 대한 원론적 사항이므로 일단 해제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것이 이날 이 수석의 답변 요지였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참여정부 만큼 사실 지방언론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 육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정부가 있었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론은 많고 결과는 없는 실정이니 지방언론으로서는 얄팍한 립서비스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일례는 ‘지방의 언론’분야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 및 그곳에 재직하는 교수와 학생,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과 종사자들은 물론 지방에 사는 주민들이 이같은 소위 ‘서울·중앙의 우열감’으로 인한 상대적 열등감을 느껴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개개인의 됨됨이와 능력에도 불구하고 거주하거나 재직하는 지역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간의 얕은 잣대가 ‘지방’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사는 이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앙’이 과연 세계에서 몇 등인지 생각이나 하고 지방을 줄세우고 있는지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지방언론, 지방대학, 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소신에 의지하기 보다는 이제 지방이 스스로 권위와 영향력을 갖추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앙’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소리라도 나와야 할 시점이다. mimi@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