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북한사회에서 당성의 정도를 놓고 토마토와 사과에 비유한다는 말이 있었다. 당성이 강한 당원은 토마토요 겉과 속이 부동한 분자들은 사과와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법은 일찍이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도 유행했던 모양이다. 1930년대 한때 모택동을 보수주의자로 낙인 찍었던 스탈린이 그를 가리켜 순무와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즉 모의 주치의를 지낸 리 즈수이가 쓴 『모택동의 사생활』을 보면 스탈린이 모를 『겉은 빨갛고 속은 하얀 순무와 같은 자』라 불렀다는 대목이 나온다. 겉과 속이 다른 비유를 하필이면 순무였는지 흥미롭다.

 순무는 무의 일종이다. 원래 배추종에 속한다고 하는데 잎과 뿌리가 홍당무와 닮았다. 주먹만하고 팽이 모양을 하여 맛과 모양이 예전 배추꼬랑이와 비슷하다. 순무는 원래 유럽이 원산이나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에도 전해져 그곳에서는 순무를 『가부』라고 하며 순무 모양의 살촉을 한 화살을 『가부라』라고 했다고 한다. 아메리카의 대평원 인디언의 한 부족에는 순무와 연관하여 인간의 타락을 그린 전설도 있다. 그리보면 순무는 지구상의 어디든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순무의 특유한 맛은 반드시 강화산이어야 한다. 아무리 전국적으로 재배가 가능해도 맛 만큼은 따르지 못한다. 강화의 씨앗을 구해다 심어 보았자 제맛이 나지 않는다. 강화도의 풍토 탓이다. 강화산 순무는 우선 계자향의 향기에다 감미롭고 시원하다. 이것으로 담근 김치를 군민은 강화일미라며 자랑한다. 그들은 순무로 동치미도 나박김치도 담근다. 밴댕이를 통째로 넣고 깎두기를 버무리면 밴댕이에도 순무맛이 배어 감칠 맛이 난다.

 최근 강화군이 순무 씨앗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외지유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강화 이외의 지역에서는 독특한 맛이 떨어져 강화순무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식물의 성장은 풍토에 절대 영향한다. 마치 성서에 나오는 길가의 돌밭과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의 비유와 흡사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