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난마처럼 얽혀 뒤죽박죽이다.
행정부, 국회, 재계, 교육, 안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붕괴되기 직전의 무정부 상태인 것 같다.
대통령은 원칙과 일관성을 잃은채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고 국회원내 과반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야당 대표는 특검법 관철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 참여정부 첫 정기국회가 올스톱되고 있다. 국정이 마비직전에 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보이콧 사태에 특별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정치권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강경일색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현란한 말로 서로 헐뜯기에만 주력할 뿐 타협점을 찾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북 부안에서는 방사성 핵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져 고속도로 점거, 건물 및 차량방화, 화염병 투척 등 폭력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쌀시장 개방 등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폭력시위도 잇따라서 경찰버스가 불탔는가 하면 수십 명의 농민과 전·의경이 부상하는 사건도 얼마전에 있었다.
그런데 이같은 폭력사태는 정부가 불법폭력시위는 반드시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엄중 경고한 다음날부터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여·야 정치인은 검은 돈이나 챙기는 ‘정치업자’로 전락시킨 각종 불법선거자금 문제는, 이젠 과연 이따위 정당과 국회가 필요한지 의문스럽게 하고 있고,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앞다투어 정치권에 찔러준 대기업들도 뻔뻔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은돈을 바치지 않으면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것은 특혜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권력과 재벌의 유착이며 공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교육계는 어떤가. 초·중·고교생들의 과외비는 무려 13조6천억원으로 올 정부 교육예산의 55%가 사교육비로 지출된 셈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학원교육에 더 치중한다는 반증이다.
국가안보는 어떤가. 건국이후 최고의 거물간첩이라는 독일거주인 송두율씨가 버젓이 ‘민주투사’로 둔갑, 공식초청 되는가 하면 일부 언론매체는 그를 민주투사로 미화하다가 국민여론이 뒷따라 주지 않자 슬그머니 처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발생했다.
또 최근엔 지역간의 갈등마저 생겼다.
국가균형발전법과 행정수도이전특별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어 또 다른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법이 통과되면 수도권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경기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연일 모여 대응책을 내놓고 있고, 대통령이 공약한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하는 충청지역 정치인과 시도의원들도 또 연일 회의와 결의대회 등을 통해 지역단결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지역감정이 노무현 정권 들어서 지역갈등으로 다시 환생한 느낌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고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정도면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기능을 상실한거나 다름이 없지 않는가?
이 책임은 물론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더 이상 그 알량한 ‘개혁’이란 미명아래 ‘코드’를 내세워 우왕좌왕, 혼란을 자초하지 말아야한다. 여야의 책임공방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원칙과 주어진 ‘룰’에 따라 법집행을 엄격히 하고 정치권은 모든 문제를 자당의 실리보다는 명분의 관점에서 찾아야한다.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정직한 고백과 마땅한 처벌을 감수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의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즉, 한나라당은 국회에 원대복귀해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특검법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민생법안과 예산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국가균형법과 행정수도특별법을 둘러싼 지역간의 갈등문제도 그렇다. 국가균형법이 통과되면 수도권이 다소 불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는 되지만 좀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비대할대로 비대해져 도시의 기능마저 잃어 가고 있는데다, 주택난과 교통난으로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수도권 서민들을 위해서는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용이 아닌 진정한 국토의 균형 발전과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원칙과 일관성, 여야정치인은 ‘룰’에 따른 대의정치, 그리고 지역간의 갈등은 한쪽시각이 아닌 전체적인 시각으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