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정리된 서구적인 바닷가와 우뚝 솟아있는 고층빌딩들.
 그 사이를 비집고 선명하게 여기저기 보이는 한글 간판들, 한국인 상점이 아닌 중국인 상점에서도 한글 간판을 내걸지 않으면 장사하기가 힘들다는 곳.
 한국의 방송들을 위성 수신으로 국내와 다름없이 다양한 채널을 선택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웨이하이(威海)다.
 인천은 물론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곳곳에서 모여든 한국인들이 건너와 정착한 데다가 화교들까지도 역 이주해 오는 그야말로 한국의 축소판이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처음 문을 연 웨이하이는 이제 어디에서나 쉽게 한국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 탓에 웨이하이는 한국인이 만든 도시로도 불리우고 있다.
 ▲중국이 선택한 도시 웨이하이
 세계의 생산기지라 불리는 중국. 한국과 가장 인접한 웨이하이는 칭다오(靑島)와 함께 국내기업들이 상당수 자리해있다. 섬유, 의복, 신발, 완구에서부터 전자, 기계, 화학, 방직 등 업종들도 다양하다. 웨이하이의 3개 항구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큰 장점. 원자재 수입은 물론 수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로 선택이 다양하고 쉽다는 점 등도 한국 기업들이 웨이하이를 선호하는 이유중의 하나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을 직접, 그리고 폭넓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면 웨이하이역시 같은 매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공략이 대기업 외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을 벌이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것. 전력을 다해 수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값싼 노동력까지.
 국내 노동인력 10분의 1 수준인 낮은 임금도 국내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기업들은 7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30% 정도는 내수에 전력한다는 입장이다.
 수출 주력의 이면에는 중국 당국의 세금감면 혜택도 있지만 이른바 지대 인다 물박(地大 人多 物博)의 중국 공략을 위해선 홍보비 등 여타 비용지출이 엄청나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것.
 ▲한국인이 만든 도시 웨이하이
 웨이하이 한인상공회에 따르면 웨이하이시 전체 세금의 40%는 한국기업이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선택해 가장 먼저 문을 연 도시 웨이하이. 그러나 지금 웨이하이는 한국을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인천과 여객화물선이 오고가는 등 우리나라와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웨이하이는 그야말로 중국 속의 작은 한국이다.
 웨이하이에선 특히 인천의 영향이 크다. 웨이하이까지 비행기가 연결되지 않은 탓에 인천과 이곳을 오가는 여객화물이 한국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
 일주일에 세번씩 오고가는 배에 각종 산업원자재는 물론 생활용품에서 인테리어용품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드나들고 있다.
 한·중 수교 이전인 지난 90년부터 개설된 한·중 최초의 합작 여객·화물 카페리선은 지난해 말 현재 여객 156만명, 화물 48만TEU 수송 등 활발한 교류를 연결, 웨이하이에 한국을 심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배로 10여시간 거리에 있는 웨이하이는 일상용품부터 주거공간까지 이제 한국형 스타일이 인기만점이 됐다.
 국내인들에게 적합한 실내 배치와 깔끔한 인테리어 등 한국형을 내세우며 들어서는 아파트는 교민은 물론 중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동대문, 남대문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의류매장들이 웨이하이 시내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현재 진출한 한국업체는 약 1천450개, 투자업체 및 상사 주재원과 가족들 등 4천500여명, 산동대 위해분교 등 유학생들이 200여명에 달한다. 게다가 국내 200여명의 화교들이 또다시 웨이하이에 역 이주해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해양성 기후에 사계절이 분명한데다가 농·수산물등이 풍부해 교민들의 말에 따르면 향수병까지 잊게 해줄 정도다. 중국이지만 중국보다 한국을 더욱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웨이하이라는 것.
 웨이하이의 한국인 비중이 늘어나면서 교민들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 심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7월 19일 웨이하이에서는 의미있는 하나의 행사가 열렸다. 바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라톤 대회. 2천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마라톤대회를 주최한 한국상공회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웨이하이 진출 국내 기업들의 협찬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대규모의 한국인 행사로 중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 행사로 자리매김됐다.
 또 2년여간 발행된 월간지 ‘한국저널’을 통해 교민들은 한국과 중국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등 하나로 묶어주는 자리가 되고 있다.
 한인상공회 홍상용 사무국장은 “웨이하이에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국열풍이 불고 있어 우리의 자부심을 더욱 느끼게 해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올해 마라톤 대회 등의 열기를 받아 한국인들을 한데로 묶는 내실있는 행사들을 계속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웨이하이시를 이렇게 부른다. ‘인천시 웨이하이구’라고.<이은경기자> bulgo@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