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국 중국의 자존심 VS 한류열풍 (上)
 중국의 변화를 실감나게 하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세워지는 대형 첨단건물이나 고속도로, 지하철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광대한 중국대륙에 과거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문화현상이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를 일컫는 한류(韓流)가 바로 그것이다.
 90년대말 중국에 상륙하기 시작한 한류는 매년 늦봄, 중국 동북부를 강타하는 황사보다 더 빠른 속도로 13억의 광활한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다.
 분야도 초기 대중음악에서 벗어나 영화, 의상, 서적, 심지어 헤어스타일과 음식에까지 사회 전분야에 걸쳐 ‘한국 트랜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역으로 중국문화를 배우려는 ‘화류(華流)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쿵푸의 본산 소림사와 서예,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고음의 전통 예술인 ‘경극’,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펼치는 곡예단으로 대변돼온 중국문화와 우리의 대중문화가 각기 반도와 대륙에서 세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열광하게 했고 ‘문화’라는 고부가가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무엇인지, ‘반도에 불고 있는 화류(華流)열풍’과 ‘대륙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으로 나눠 조명해 본다.
 
 #반도에 불고 있는 화류(華流)열풍
 한·중 양국은 지난 90년대초, 국교가 정상화되면서부터 반세기 이상 단절됐던 심리적·문화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문화교류를 가져왔다. 수교 이후 10여년간 정부차원에서 추진한 크고 작은 문화교류 행사만도 200여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차원의 교류행사를 합치면 수백 건에 이른다.
 교류초기 중국은 ‘중국 서예대가전’이나 ‘장강삼협(長江三峽) 풍경화전’, ‘중국 전통 기예단’ 공연 등 전통 문화예술을 주로 한국에 선보였다. 이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최근의 특징은 점차 그들의 무대가 대형화되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세련미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서울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영화배우 장궈롱(張國榮)이 주연한 ‘패왕별희’를 베이징 오페라라고 불리는 ‘경극(京劇)’으로 재연한 것이나 지난 5월 성공적으로 서울공연을 마친 세계적 거장 장이모우(張藝謨) 감독의 ‘투란도투’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지난 7월말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국 정통 기예 서사극 ‘대륙의 혼’ 공연은 흔히 말하는 서커스 차원을 넘어서 장대한 스케일의 중국 기예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장르를 열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중화권의 문화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경제가 급신장하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중국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인연으로 품질에 관계없이 홍수처럼 밀려온 중국문화가 이제야 비로소 진면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통 민속공연을 주로 하는 ‘산둥성 홍가 예술단’의 구웬쩡(谷源政) 단장은 “중국은 과거의 지혜를 오늘에 살리고 서양의 문명을 이용한다”며 “자기 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살려야 외래문화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중국문화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설명했다.
 지난 5일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제2회 중국의 날’ 을 기념해 심양문화예술연합회 주영시(周永詩) 주석 등 서예대가 초청, 초대전을 성황리에 마친 오영규씨(56)도 “이젠 한·중간 각종 교류확대는 서로 필요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경제교류로 시작한 양국의 협력관계 증진은 양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역량을 어떻게 키워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문화는 중국경제의 급성장과 비례하며 고스란히 국내 학원가에 중국어와 서예를 배우려는 ‘화류(華流)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천 중동에서 중국어 전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6)는 “20대 초반의 젊은 직장여성과 사업을 하는 30∼40대 남성 수강생이 많다”며 “3년전 개원 당시만 해도 중동에서 우리 학원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3∼4곳이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부평 N중국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39)도 “최근에는 유학을 겨냥한 10세 미만의 초등 저학년 학생을 가진 부모들의 수강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중국과의 왕래가 잦아 중국 내 방언을 의식한 탓인지 ‘강사가 조선족이냐, 한족이냐’고 묻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국어 열풍은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어과 경쟁률이 39.4대 1로 교내 최고경쟁을 보인 것에서도 입증됐다. 이는 중국 유학 열기와 국내기업의 중국 진출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8년 IMF이후 국내기업 중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긴 4천129개업체중 중국진출 기업이 전체의 71%를 차지하는 2천921개업체에 달했으며 중국 유학생도 지난 99년 1만1천여명에서 3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유학생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톈진(天津)시 안산서도(鞍山西道)에서 만난 이재룡씨(34·중의학원 재학 중)는 “불분명한 목적 없이 유학을 실행에 옮겼다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학생들을 종종 봤다”며 유학 전 꼼꼼한 사전점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반면 우리 정부 지원으로 지난 2001년 3월 개교한 ‘톈진(天津)한국 국제학교’ 김태진 교장은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410여명의 학생은 주로 기업주재원 자녀들이 대부분”이라며 “유학생과 달리, 한국적 교육방식에 중국문화를 흡수할 수 있어 학생들의 적응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중국 유학열풍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웨이하이(威海)시 외곽에 있는 ‘대광화국제학교’ 등 중국 각지의 국제학교들이 앞다퉈 인터넷이나 국내 중국전문잡지, 신문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주성기자>jspark@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