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 변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이 최근 곳곳에서 들려온다.
 인천시는 지난달 초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구 해안동 일대를,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예촌사업에 대해 전격 의결했다. 90억4천200만원을 사업비로 책정, 곧바로 토지와 지장물보상에 들어가는 한편,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을 모아 건축설계를 포함한 예촌 건립계획을 확정한후 내년 4월 공사에 착수한다는 것이 주된 줄기다. 예촌조성과 관련, 구상을 던진후 시간을 끌어왔던 시가 추진의지를 확실하게 공표했다는 점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온 지역내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이게 만든 사안이다.
 이어 이번에는 부지확보문제로 미루어져왔던 부평문화회관 건립사업을 놓고 시가 십정동 근린공원용지 수용안을 부평구에 제안, 사업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구가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시는 공시지가 100억원에 달하는 8천여평 땅을 매입하는 한편, 공원·주거용지를 문화시설로 변경해주겠다고 표명했다.
 지역내 문화시설이 기본적인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볼때 두 소식 모두 상당히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한술 더해 시는 ‘2004년도 문화예술정책 방향’과 관련 첫번째 과제로 ‘문화인프라 구축’을 내세워 전국 대도시 평균이상 시설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어볼 것은 대형시설 건립만으로 문화도시의 위상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다시피 인천지역내 기존 전문 문화시설이 한결같이 비효율적인 운영 일변도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괴리된 채 상호 소통통로를 찾지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어느지역 어떤분야 문화시설이 부족할 경우 해당 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문화정책 근간이 결정되고, 마치 그런 결정으로 지역내 문화적 문제 대부분이 해소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아도 제대로된 문화정책을 세우고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곳은 사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이 부천시라는 대목에서 이의를 달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도시’ 부천의 전문문화시설을 들여다보면 공연시설로 1988년에 준공한 시민회관과 600석 규모의 중급 공연장 복사골 문화센터 아트센터가 고작이다. 적어도 시설면에서는 문화도시로 부르기에는 역부족인데다, 그것도 한참이나 모자른다.
 그러나 부천시는 ‘이제는 문화다’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가 하면, 부천문화재단을 설립, 복사골 문화센터와 시민회관 등 시설에 대해 전문가에 의한 위탁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여전히 생소한 ‘공연시즌제’를 도입, 또 한차례 문화적 업그레이드를 선언하고 나섰다. 즉 9월부터 연말까지 17편의 ‘알토란’ 같은 공연을 내놓고 관객들이 보고싶은 작품을 여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조기예매 할인 등 다양한 혜택까지 덧붙였다. 그결과 개막작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와 뒤이은 ‘이정식·나윤선의 재즈그리기’가 각각 전석 매진을 기록했는가 하면,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도 90%의 객석 점유율을 올리는 호응을 얻어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아직 이른감이 있으나 이러한 초반의 선전은 다름아닌 수준높은 공연을 지향한 기획력의 결과다. 거기에는 짐작대로 우수 전문인력이 뒷바침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공연의 경우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마케팅을 위해 7명의 전문인력이 수개월동안 심혈을 쏟았다.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인 인천종합문예회관의 경우 기획공연 담당인력이 단 한명뿐이라는 사실이 비애감으로 와닿는 순간이다.
 뒤늦게나마 시는 지난달 인천종합문예회관 관장을 포함, 홍보·마케팅분야에 전문인력을 공채하겠다고 조례를 개정, 향후 회관운영에 상당한 변혁이 일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곧 제도개선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이 현장에서 충실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큰예산을 들여 새로운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보다 단기간 더 많은 효과를 거둘수 있는 현실적 정책대안이라는 점에서 시는 ‘깔끔한’ 일추진으로 모처럼 신선한 발상을 거스르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김경수·문화부장>